[MT리포트-정년연장 논란]③

'아프면 환자지, 무슨 청춘이냐'
1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 2인 스터디룸 입구에 적혀있는 문구다. 이 '패러디'한 문구는 청년들의 버거운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날씨는 궂었지만 여러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공부를 하며 청년실업의 그림자 속에서 취업의 희망을 꿈꾸고 있었다.
청년실업율이 감소세를 이어가지만 2019년 5월 기준으로 청년 중 '1년 이상 미취업자'는 68만명에 이른다.
취준생들은 하나같이 첫 직장으로 알려진 대기업이나 공무원, 공공기관 취업을 원했다. 처음부터 보수가 좋은 대기업이나 공무원과 같이 정년이 보장되는 탄탄한 조직에 들어가야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본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입사, 퇴사를 반복하며 지쳐가는 주변 친구들을 봤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고용 연장 움직임과 맞물려 대기업으로 대변되는 좋은 일자리, 청년 취업 시장 규모가 자칫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도 호소한다. 정년 연장이나 고용 연장이 장년층에게는 혜택이 되겠지만 청년 취업이 줄어드는 '세대간 일자리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년연장...우리 취업 영향 없을까요?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취준생 반년차 김모씨(27·여)는 고용연장 논란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결국 누가 나가야 우리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 아버지세대와 우리세대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권 취업을 목표로 공부를 하던 이현진씨(28·취준생 2년차)는 "정년 연장이 고용안정성 측면에선 장기적으로는 맞을 수 있다"면서도 "정부에서 고용을 늘린다고 하지만 체감상 늘어나지 않고 줄고 있는 추세라는 생각에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고용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 채용형 인턴이나 단기직 고용이 늘어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으로 잠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정상적인 채용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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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을 준비하는 송해선씨(27·취준생 1년반차)도 "고용 확대라는 정부의 발표와 체감도는 다르다"며 "인턴직, 비정규직은 채용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나마 채용형 인턴은 채용을 전제로 단기업무를 하는 것이지만 체험형 인턴은 정규직 전환 없이 차후 지원시 가산점이 반영될 뿐 어떤 보장도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최영숙 서울시 청년취업센터팀장은 "공기업의 경우 위에서 그만두지 않으면 신규채용을 뽑는 절대인원이 줄 수도 있기에 청년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서 "연구를 보면 정년연장이 오히려 신규채용 영향에 상생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부정적으로만 볼 대상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취준생들이 갈 곳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인력 난에 허덕인다. 청년들의 눈높이가 대기업에만 쏠려 있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경력 공백을 만들지 않기 위해 졸업을 유예하고, 스펙을 쌓으면서 10년 가까이 대학에 적을 두는 것도 처음부터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이동현씨(29, 취준생 2년차)는 "최근 졸업생들은 은행권 쏠림 현상이 있다"며 "채용인원이 많고 안정적 연봉 등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고 말했다.
김씨는 "1년 동안 졸업 유예를 하면서 대기업 등을 준비했다"며 "결국 좋은 직장을 가야 안정성도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공기업을 준비하는 임씨(27, 취준생 1년차)도 "특별한 스펙이 없어도, 정해진 시험과목을 열심히 공부하면 붙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공무원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봤다"며 "무엇보다 직업의 안정성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에서 시작해야 끝도 좋다고 강조했다. 취업시장도 '흙수저로 시작하면 흙수저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씨는 "전공이 디자인과인데 동기들 중 소위 좋지 못한 회사를 가면 포트폴리오를 내서 이직을 해야 하는데 성과 자체가 나올 수가 없다"며 "좋은 직장에서는 좋은 경험을 하다보니 포트폴리오와 경력도 화려해지는데 성과물이 빈약하다보니 이직 자체가 힘든 경우를 봤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결국 취준생들에게도 높은 직장만을 바라보게 하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며 "실제 작은 직장에서 큰 직장으로 이직을 통해 올라가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보니 취준생들도 첫 발을 잘 내디뎌 입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