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종잣돈 부족한 '대한민국 국부펀드'③

우리나라 국부펀드 KIC(한국투자공사)가 운용 전문인력 확보와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7년 사이 운용인력의 절반이 빠져나갔다. 국가 외환보유고 등을 200조원 넘게 굴리는 KIC가 업계 평균을 밑도는 처우 탓에 핵심 인력을 잃고 이 때문에 수익률이 떨어진다면 국익에도 손해라는 지적이다.
29일 국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KIC를 떠난 기금 운용역은 총 54명에 달했다. 당시 투자 현원 120명 대비 45%의 직원이 이탈한 셈이다. 다른 분야까지 포함한 전체 퇴직 인원은 약 100명으로, 임직원 중 40% 가량에 해당되는 구성원이 물갈이됐다.
지난달 기준으로 KIC 내 투자전문인력은 우리나라와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싱가포르 등을 합쳐 131명이다. 투자부서 인력은 2016년부터 120명대에 머무르다 지난해 10명 정도 추가된 수준이다.
KIC의 인력 이탈은 주로 업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임금 등 낮은 처우 수준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특성에 따른 예산 제약 탓이다. 민간 운용사 등 금융투자사들과 하는 일은 비슷한데 연봉은 낮다보니 자연스레 잦은 이직으로 이어진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KIC 정규직 직원의 기본급 평균은 △2016년(7108만원) △2017년(7245만원) △2018년(7301만원) △2019년(7308만원) △2020년(7212만원)으로 사실상 답보 상태다.
여기에 고정수당과 실적수당이 따로 붙긴 하지만, KIC 직원의 절반 정도가 운용인력이고 시장에서 운용인력들이 대체로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높은 처우라 보긴 어렵다.
인건비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KIC는 1인당 운용자산 규모도 세계 주요 국부펀드들 가운데 가장 큰 축에 속한다. 지난달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KIC의 1인당 운용자산 규모는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KIC는 주식과 채권 등 직접투자(84.7%) 비중이 높은데다 대체투자(15.3%) 비중도 늘고 있는 만큼 현 인원으론 자산운용에 제약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인원이 적으면 투자 건에 대해 상세한 모니터링이 어려워지고 과도한 1인당 운용자산 규모는 안정적인 수익률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해외 사무소에서 일하는 운용인력도 다른 국부펀드와 절대적으로 차이가 난다. 지난 4월 기준 KIC의 해외 사무소의 운용인력은 전 세계를 다 합쳐도 28명에 불과한 반면 노르웨이 국부펀드 NBIM의 경우 200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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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 국부펀들은 풍부한 예산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활용한 운용전략 수립에도 집중하고 있다. 아부다비투자청은 계량분석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가 영입을 늘리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 캐나다연기금 등도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 중이다. 진승호 KIC 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포트폴리오 운용 전략을 고도화하고 해외 운용인력을 보강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IC는 글로벌 투자금융시장에서 해외 투자 운용사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핵심인력이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공공기관으로서 임금 상한선의 제약을 받고 있어 우수 인력 유치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성과급에 탄력성을 더 주거나 임금 상한선을 완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