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한국판 칼텍(Caltech)의 꿈, '한국에너지공대'②

"땅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안개가 자욱한 열대 습지대로, 과거 지진이 잦았다고 알려진 곳이다. 지하수가 풍부하고 30km 떨어진 곳에 화산 지대가 있다. 높은 나무들이 무성하고 매캐한 냄새가 난다."
한국에너지공대학교(켄텍·KENTECH)가 신입생 선발을 위한 수시모집 전형 가운데 '창의성 면접'에서 활용할 카드에 적힌 문구다. 이 카드와 함께 '주어진 카드의 환경에서 전기를 생산할 계획을 세워보라'는 질문이 던져진다.
학교 측이 공개한 모범 답안은 이런 식이다. "화산지대가 있다고 하니 지열을 활용하는 발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나무들이 울창한데 벌목해서 철도를 놓는데 사용하거나 임시 시설물을 건설하는 데 활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내년 3월 개교하는 켄텍이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활용할 '창의성 면접'은 미국 주요 IT(정보기술)·컨설팅 기업 등이 채용 면접 때 활용하는 '케이스 면접'과 비슷하다. 특정 조건 아래 문제를 던져주고 해결책을 찾으라는 식이다. 과학적 창의력 뿐 아니라 문제해결능력, 수학적 사고력, 인문적 통찰력 등 종합적 사고력을 가진 인재를 뽑겠다는 켄텍의 의지가 묻어난다.
켄텍의 창의성 면접은 '미션 켄텍 패키지(Mission KENTECH Package)'란 자체 개발툴을 활용해 진행된다. 켄텍이 공개한 면접 소개영상에 따르면 창의력 면접에 응시한 학생들은 우선 6개의 지역카드와 30개의 장비카드가 들어있는 카드 한뭉치를 받는다. 카드 앞면에는 해당 지역·장비에 대한 설명과 그림이 묘사돼 있다. 뒷면에는 이와 관련된 상세한 숫자와 그래프 등이 담겨 있다.
창의성 면접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3개의 문제가 담긴 질문지를 받는다. 30분 동안 주어진 카드를 활용해 각자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25분동안 면접관에게 풀어내면 된다. 정해진 답은 없다. 지역카드를 보면 사막과 열대 습지, 협곡, 초원, 고산지대, 심해/해양으로 구성돼 있는데 어느 지역을 선택하더라도 불이익이 없다. 선택한 지역과 장비를 통해 엮어낸 학생의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면 충분하다. 창의성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켄텍은 지난 12일 입시준비생 20명을 대상으로 '창의성 면접'을 포함한 온라인 모의면접을 진행했다. 20명 모집에 202명이 지원해 '10.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모의면접 문제는 6월에 공개한 예시 문제와 동일한 유형으로 출제됐다. 모의면접을 실시해 본 결과,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흥미롭다'는 점과 답변을 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해야 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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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갖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 정형화된 답변을 했던 학생보다 카드에 있는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창의적인 답변을 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평가가 주어졌다. 그림에 있는 정보와 그래프로 제공되는 자료 등을 최대한 활용해 답변을 하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켄텍 관계자의 설명이다.
켄텍은 지금까지 과학고·영재학교 28개교와 자사고·일반고 93개교를 방문해 설명회를 진행했다. 특히 첫 해 신입생들의 수준이 학교의 성패를 가늠하게 되는 만큼 켄텍은 학교가 바라는 소수정예의 우수한 인재를 모으기 위해 학생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광재 켄텍 입학센터장은 "지난 2개월간 방문한 96개 고교에서 학생들의 끊임없는 질문과 눈빛을 통해 새로운 대학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개교 첫 해인 내년 켄텍은 110명의 학부생을 선발한다. 이 가운데 100명을 수시전형으로 뽑는다. 1차 학생부기반 면접(30%)과 창의력 면접(70%)이 반영된다. 최저학력기준은 없다. 대신 정시 모집 10명은 수능 100%로 선발한다.
수시 전형은 1단계에서 서류평가 100%로 일정 배수를 선발한 후 1단계 합격자에 한해 2단계 학생부 기반면접과 창의력 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시 전형의 경우 오는 10~14일 지원서를 접수하고 11월19일 1차 합격자를 발표한다. 12월4일 면접평가를 거쳐 같은 달 16일 최종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시 전형은 12월30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원서를 접수하고 2월8일 합격자를 공개한다.
윤의준 켄텍 총장은 "졸업장이 아니라 개인 역량으로 미래 경쟁력을 만드는 시대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며 "취업형 인재가 아니라 연구개발과 창업중심의 실전형 인재를 길러내야 에너지산업 생태계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