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차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환경부가 내년 관련 예산을 오히려 5000억원가량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전기차 전환지원금 1800억원가량을 새로 편성했다
전기차 수요 감소로 불용액(쓰지 못한 예산)이 발생한 것이 삭감 사유다. 하지만 수요 분석이 부실하다면 신규 사업 역시 집행 효과가 낮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환경부에 따르면 2026년도 예산 가운데 153개 사업이 구조조정됐다. 삭감액은 총 1조788억원이다.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사업은 전기화물차 보급이다. 내년 예산은 3584억원으로 올해(5727억원)보다 2144억원(-37.4%) 줄었다. 수소승용차 보급 예산도 2475억원에서 1350억원으로 1125억원(-45.5%) 삭감됐다. 수소승합차 보급 예산은 4280억원으로 올해보다 325억원(-7.1%) 줄었다.
충전인프라 구축 예산도 크게 줄었다.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은 1325억원으로 올해 대비 1105억원(-45.5%) 감소했다. 수소충전소 구축 예산은 490억원으로 637억원(-56.5%) 줄었다. 전체적으로 40~50%가량 긴축됐다. 관련 금액을 합치면 총 5336억원 규모다.
환경부는 삭감 이유를 집행 부진과 사업 우선순위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신규 판매가 줄고 전기차 화재 우려와 캐즘(신기술 도입 과정의 수요 둔화) 현상 등이 겹치면서 보조금 집행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올해 2차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할 때도 무공해차 보급사업 예산을 3623억원 감액했다. 사업 여건과 집행 가능성 등을 고려한 조치였다.
금한승 환경부 차관은 "전기화물차의 경우 초반에 많이 보급되면서 갈수록 보급속도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 사업에서 절감된 예산은 운수사업자의 차량 규매 융자 등으로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전인프라의 경우 완속 충전기는 상당히 많이 보급됐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급속충전시설"이라며 "완속을 줄이고 급속을 늘리면서 예산이 조정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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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수요 부족을 근거로 예산을 삭감했지만 내년 신규 사업으로 전기차 전환지원금 1775억원을 책정했다. 내연차를 폐차하고 전기차로 바꾸는 경우 기본 보조금 외에 추가로 대당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기승용차를 구매한다면 기본 보조금 300만원에 전환지원금을 합해 최대 400만원까지 구매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전환지원금도 전기차 수요가 있어야 집행된다는 점이다. 내년에도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다면 불용액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전환지원금으로 편성된 예산은 대당 100만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전기차 17만7500대에 지급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 전기차 판매량은 총 14만6737대였다. 가장 판매량이 많았던 2022년에도 16만4486대 판매에 그쳤다.
금 차관은 "전기차 전환시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기 때문에 보급 여건은 더 좋아졌다"며 "내년에 전기차 관련 불용액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