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6동 1층 카페. 이곳에선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아침잠을 쫓기 위해 커피 한 잔 사려고 긴 줄을 선 사람들의 손엔 어김없이 텀블러가 들려 있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겠다는 무언의 약속이다.
기후부 내부는 더하다. 일회용컵뿐 아니라 빨대나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도 찾아보기 힘들다. 회의 등을 위해 외부 음식을 주문할 때도 다회 용기를 쓰는 곳만 찾는다고 한다. 간혹 불편함을 토로할 때도 있지만 플라스틱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만큼은 그 누구보다 진심이다. 기후부 공무원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청사 밖 현실은 다르다. 한때 서울 카페에서 유행했던 텀블러 사용은 한풀 꺾였다. 빨대도 마찬가지다. 종이 빨대를 권하다가, 아예 없애더니 이젠 다시 플라스틱 빨대를 써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다.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규제도 흐지부지됐다.
최근 기후부가 내놓은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이 아쉬운 이유다. 정부의 노력이 아무리 진심이라도 국민이 수용하지 못하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매장 내 빨대 제공 금지가 대표적이다. 플라스틱도, 종이도 안 된다며 아예 금지했다. 노약자 등에게만 예외적으로 준다지만 그 기준을 각 매장에서 판단하긴 어렵다. 고객의 요구를 거절할 강심장 사장은 드물다. 친환경 빨대 업체들은 "정책 퇴행"이라고 비판한다.
'컵 따로 계산제'도 설익었다. 컵 가격만큼 할인해 준다는 취지지만 현장은 다르다. 대다수 소상공인은 컵 가격을 음료 가격에 녹여왔다. 가격을 분리하면 소상공인 부담만 늘어난다.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도 불만인 건 비슷하다.
물론 이 두 가지가 이번 대책의 전부는 아니다. 그럼에도 일상에 밀접한 플라스틱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세밀함이 떨어지는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플라스틱의 편리함이 강력한 만큼 이를 이겨낼 저감 대책을 개인의 양심이나 도덕성에만 기댈 순 없다.
기후부는 의견 수렴 후 최종안을 확정한다고 한다. 공무원들의 '진심'만큼이나, 국민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현실적 대책'이 담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