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모닝인사이트] 1인 창업과 고용통계

인공지능(AI)의 등장이 고용통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가 기업의 고용 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반면 정책당국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 고용 통계의 측정·집계에 구조적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 직원이 여러 AI 에이전트를 지휘하며 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응대하는 '1인 유니콘'·'린 AI 네이티브 스타트업', 고객과 매출은 빠르게 늘지만 직원은 거의 늘지 않는 회사 등이 등장하고 있지만 정책당국은 과거 기업의 성장과 고용 패턴을 바탕으로 현재 경제를 추정할 수밖에 없어 이를 반영하는데 시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하버드경영대학원과 인시아드 연구진이 지난달 9일 공개한 워킹페이퍼 'AI 네이티브 기업'에 따르면 AI를 제품이나 생산과정의 핵심에 두고 설립된 'AI 네이티브' 스타트업은 비AI 기업보다 직원 수가 약 25% 적었다. 해당 워킹페이퍼는 2020~2024년 미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의 인력구조를 분석했다. 같은 산업에서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기업끼리 비교·분석했다.
워킹페이퍼에 따르면 AI 네이티브 기업은 엔지니어 비중이 높은 대신 영업·재무·운영·행정 인력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초급 직원과 관리자의 비중은 비AI 기업에 비해 각각 약 15% 낮았다. 반면 기업가치는 AI 네이티브 기업과 비AI 기업이 비슷했다. 적은 인원으로 비슷한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해당 연구만으로 AI가 전체 일자리를 줄인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기업 한 곳이 고용하는 사람이 적더라도 창업비용이 낮아져 더 많은 기업이 생기면 전체 고용은 늘 수 있어서다.
문제는 창업과 고용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해지고 기업의 성장 경로가 과거에 비해 불규칙하게 변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수는 빠르게 증가하는데 기업당 고용인원은 줄어들 경우, '창업 증가=고용 증가'라는 기존 공식도 더 이상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게 된다.
실제로 지난 2월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지난해 3월 비농업 부문 고용을 기존 발표보다 89만8000명 낮게 수정했다. 일자리 89만8000개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확정 행정자료를 반영해 다시 계산하자 기존 고용 수준이 0.6% 과다 추계됐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의미다.
이는 고용통계가 모든 기업의 고용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발생한다. 미국의 월간 비농업 고용통계는 사업체 표본조사를 중심으로 작성된다. 하지만 막 창업한 기업은 고용보험 기록을 기반으로 만든 조사 대상 명부에 즉시 들어오지 않는다. 폐업한 기업도 단순히 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것인지 실제로 없어진 것인지 곧바로 구분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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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미국 노동통계국은 표본에서 포착하지 못한 신생·폐업 기업의 고용을 별도의 '신생·폐업 모형'으로 추정한다. 확정 고용보험 행정자료는 조사 시점보다 6~9개월 늦게 나오기 때문에 과거 신생·폐업 기업의 순고용 자료를 이용해 현재의 빈칸을 먼저 추계한 뒤 행정자료가 들어오면 기존 통계를 수정한다.
이 방식은 기업의 설립과 폐업, 고용이 과거와 비슷한 패턴을 보일 때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미국 노동통계국은 신생·폐업 모형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대부분의 해에 고용 추정치가 확정 자료에 더 가까웠다고 설명한다. 다만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등 충격이 발생하면 예측오차가 커질 수 있다.
문제는 AI의 등장이 기존 모델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2024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미국에서 신생기업이 만들고 폐업기업이 없앤 실제 순고용은 98만5000명이었다. 그러나 모형은 이를 110만2000명으로 전망했다. 신생·폐업 기업 부문에서만 고용을 11만7000명 많게 추정한 것이다. 지난해 4~12월 신생·폐업 기업의 고용 보정치도 기존 116만명에서 91만7000명으로 줄었다.
최근의 통계오차가 모두 AI 때문에 발생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AI 네이티브 기업이 아직 미국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제한적이다. 다만 코로나19가 짧은 기간 기업의 탄생과 폐업을 뒤흔든 충격이었다면, AI는 기업당 고용인원과 성장경로를 장기간에 걸쳐 바꾸는 구조적 변화가 될 수 있다.

고용통계의 오차는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고용과 물가를 보고 금리를 결정한다. 만약 실제 경기가 식고 있는데도 고용이 과다 추계되면 연준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과열됐다고 판단해 금리 인하를 늦추거나 긴축 정책을 강화할 수 있다.
반대로 고용이 실제보다 적게 나오면 경기가 급격히 둔화하는 것으로 판단해 물가압력이 남아 있는데도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 또 정부 역시 불필요한 재정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경제의 계기판이 잘못될 수 있다는 얘기다.
케빈 워시 신임 미 연준 의장도 이와 유사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AI를 포함한 범용기술의 확산 속도와 경제적 영향, 생산성과 일자리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연준이 AI가 고용통계를 왜곡하는지를 직접 조사과제로 삼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지만 해당 문제 또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AI가 고용통계를 얼마나 왜곡하고 있는지를 직접 계산하려면 기업별 급여와 채용, 매출, 창업·폐업 자료와 통계모형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즉 급여와 세금, 사회보험, 결제자료 같은 행정자료를 더 빠르게 결합해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종 데이터의 디지털화와 AI의 발전으로 방대한 미시자료를 처리하고 실시간에 가까운 경제지표를 만드는 기술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통계가 정확해질수록 다른 위험이 생긴다. 국가가 기업의 급여와 매출, 개인의 노동과 거래 내역을 실시간에 가깝게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개인정보와 영업비밀 등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이같은 점을 우려했다. BIS 산하 어빙피셔위원회(IFC)는 지난 2월19일 발간한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을 위한 새로운 데이터' 보고서에서 결제거래 등 고빈도 자료를 활용하면 경제 변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단 자료의 정확성·일관성·보호·보안과 책임 있는 거버넌스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짚었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현재 미국 중앙은행과 정부 기관들이 활용하는 데이터는 대부분 구식 설문 방식에 기반하고 있다. 설문 내용은 반응률도 낮고, 한 세대 전에는 적합했을지 몰라도 현재는 아니다"라며 "우리는 과거의 메아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민간 부문의 모범 사례와 AI 기반 분석 도구를 활용해 실시간 정보를 강화하는 방향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