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차가웠던 채원빈, 가장 뜨거웠던 '이친자'의 기억

가장 차가웠던 채원빈, 가장 뜨거웠던 '이친자'의 기억

이덕행 ize 기자
2024.11.20 10:00

치열한 연기대결 펼친 극중 아빠 한석규는 연기 스승이자 지원군

/사진=아우터 유니버스
/사진=아우터 유니버스

배우 채원빈은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연출 송연화, 각본 한아영 이하 '이친자')에서 가장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을 연기했다. 놀랍도록 차가운 장하빈을 연기한 채원빈은 '이친자'를 가장 뜨거웠던 드라마라고 추억했다. 그리고 채원빈이 작품에 쏟은 열정과 촬영을 통해 배운 것을 들으면 금세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지난 15일 종영한 '이친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 작품이다. 거짓말이 공부만큼 쉬운 장태수의 딸 장하빈을 연기한 채원빈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아우터스페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이친자'는 마지막 화에서 9.6%의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깔끔한 결말 역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채원빈은 뜨거운 관심에 대해 "이 정도는 예상 못 했다"면서도 어느 정도의 확신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정도의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장르 특성이 강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실 것이라는 건 예상 못 했지만, 이런 장르를 선호하시는 분들이라면 몇 변이나 돌려볼 거라는 확신은 있었어요."

/사진=MBC
/사진=MBC

채원빈이 연기한 장하빈은 도통 속내를 알 수 없는 캐릭터다. 말 그대로 한 끗만 잘못해도 부족한 부분이 보이기 쉽다. 게다가 함께하는 배우는 대배우 한석규다.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채원빈은 "무조건 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무조건 하고 싶었어요. 제게 선택권이 없었고 감독님이 저를 선택해 주신 거죠. 도전 의식이 있는 편이라 '이걸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반대로 작품을 연출했던 송연화 감독은 채원빈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첫 만남에 확신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채원빈은 "저는 자신이 없었다"면서도 송연화 감독이 계속해서 용기를 북돋워 줘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감독님과 리딩할 때 디렉팅을 많이 주셨는데 그걸 잘 따라갔던 것 같아요. 초반에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자신이 없기도 했거든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께서 '너한테서 분명히 하빈이의 모습을 봤다. 그걸 잘 꺼내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다독여 주셨어요."

스스로를 '표정이나 표현이 많은 사람'이라고 설명한 채원빈은 그렇기 때문에 장하빈이라는 캐릭터에 접근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했지만, 결국 현장에서 답을 찾으며 장하빈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하빈이는 말투나 표현 한 끗 차이로 달라지는 부분이 많아요. 저는 표정이나 표현이 많은 사람이라 그런 부분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리딩 때까지 하빈이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영상을 뒤늦게 보니까 그 때도 찾지 못했더라고요. 결국 촬영을 하면서 찾아갔어요. 제가 생각한 것이 정답이 아닐 때도 있었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하빈이를 잘 이해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하빈이는 정답을 내리면 안 되는 인물이더라고요. '이친자'를 촬영하면서 열어두는 법을 많이 배웠어요."

이렇게 점차 장하빈에 동화된 채원빈은 완벽한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구현했다. 채원빈 역시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과정은 만족스럽다"라고 자신의 연기를 되돌아봤다.

"제 모습이다 보니 기준이 높은 것도 있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어요. 그렇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하빈이를 정말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고 하빈이로 살았던 순간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칭찬을 해주고 싶어요."

/사진=아우터 유니버스
/사진=아우터 유니버스

극 중 부녀 관계로 등장한 한석규 역시 채원빈에게 많은 응원을 건넸다. 비록 극 중에서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카메라 밖에서는 누구보다도 든든하게 채원빈의 마음을 이해하고 응원을 보냈던 것이다.

"선배님께서 많은 격려를 해주셨어요. '정말 어려운 역할이지만 너무너무 좋은 무대다. 한 끗만 잘못해도 드러나는 게 많은 인물이지만, 이걸 잘 해내면 20대 배우 인생에서 기억에 길이 남을 인물이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선배님께서 북돋아 주셔서 제가 제 캐릭터를 사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한 함께 촬영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채원빈은 단순히 함께 대사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 연기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연기적으로는 사실 이야기하지 않아도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제가 불편해 보이면 바로바로 물어봐 주셨어요. 나아가 이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것을 많이 생각해 볼 수 있게 가르침을 해주셨어요. 저라는 사람과 배우에 대해 많이 궁금해해 주시고 본질적인 것에 대해 물어봐주셔서 돌이켜보고 생각해 보게 됐어요. 선배님이 그런 마음을 가지라고 의도하신 건 아닐테지만 선배님의 이야기가 와닿았고 이 일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한석규와의 대화를 통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다는 채원빈. 채원빈은 "고통스러운 지점이 존재하지만 풀어낼 때의 성취감이 커서 연기가 좋다"라고 설명했다.

"힘든 것과 좋은 게 비례하는 것 같아요. 연기 경력이 정말 오래된 선배님도 연기에는 끝이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런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선배님이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을 표현하고 연구하는 일이 얼마나 멋있냐'는 말씀을 하셨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해가 돼요. 분명 고통스러운 지점들이 존재하지만, 그걸 풀어낼 때 느끼는 성취감이 커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진=아우터 유니버스
/사진=아우터 유니버스

이토록 힘들었던 '이친자'는 그렇기 때문에 채원빈에게 이토록 좋은 작품이었다. 동시에 그만큼의 열정을 쏟아낸 가장 뜨거웠던 작품이기도 했다.

"'이친자'는 저에게 제일 뜨거웠던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사활을 걸고 멋지게 만들어낸 작품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한석규 선배님도 의미가 남다른 분이라 또 만나고 싶어요. 선배님이 '또다시 아빠를 할 수도 있고 네가 내 직장 후배를 할 수도 있지. 그런 거 아니겠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직장 후배도 꼭 해보고 싶어요. 저에게 너무 많은 고통과 기쁨을 안겨준 하빈이도 특별한 캐릭터로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이친자'를 통해 배우로서 한층 성장한 채원빈의 지향점은 설득력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먼저 진심을 다해 연기하겠다고 각오를 다지는 모습에서는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됐다. 채원빈의 차기작은 KBS 2TV 수목드라마 '수상한 그녀'다. 극 중 아이돌 연습생 역할을 맡은 채원빈은 '이친자'와는 달리 밝은 모습을 예고하며 앞으로의 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춤이나 노래에 능하지는 않아서 찍으면서 훈련을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손녀로 나오다 보니 손녀와 할머니의 관계가 재미있을 것 같아요. 보시는 재미는 물론이고 음악 드라마다 보니 들으시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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