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둘러싼 '국토부-서울시 갈등' 본격화(상보)

재건축 둘러싼 '국토부-서울시 갈등' 본격화(상보)

박성대 기자, 세종=김지산
2014.09.01 16:39

[9·1 부동산대책]공공지원제 시공사 선정 시점 등 상충…市 "국토부 관계자와 공식적 논의 전무"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노후 아파트와 재건축이 끝난 아파트의 대조적인 모습. / 사진제공 = 뉴스1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노후 아파트와 재건축이 끝난 아파트의 대조적인 모습. / 사진제공 = 뉴스1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방식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간 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1일 내놓은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주거안정 강화방안'을 통해 그동안 서울시가 펼쳐왔던 정책과 전면대립하는 △공공지원제 도입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 완화 △기부채납 비율 지침 등을 내놓아서다.

문제는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와 밀접한 정책을 준비하면서도 정작 지차체 실무라인과는 접촉이나 사전 협의를 전혀 갖지 않았다는 것. 서울시가 당황해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협의는 고사하고 사전에 국토부로부터 들은 바가 전혀 없었다. 국토부 주최 행사장에서 '공공지원제'를 '공공 책임'이란 의미의 '공공관리제'라는 명칭으로 바꾸는 게 낫다는 수준의 대화가 오간 게 전부"라고 말했다.

'공공관리제'는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자치구청장이 공공관리자가 돼 추진위원회 구성과 시공사 선정·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 정비사업 절차를 함께 진행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관리제를 통해 민간 사업을 모든 단계에서 관리하는 것은 과도하고 시공사 선정도 늦어져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견을 서울시와 나눴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날 '9·1대책' 발표에 따른 설명회에서도 "서울시가 법 취지와는 달리 의무적용하고 있다"며 "주민의 필요에 따라 제도 도입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게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가 원할 경우 사업시행인가 전에도 시공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공공지원제'라는 명칭 변경은 제도의 성격에 부합하기 때문에 수용 의사가 있지만 시공사 선정 시점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조합설립시점 이후 시공사 선정이 이뤄지면 주민간 분쟁이 야기될 가능성이 커져 사업의 무력화는 물론 사업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서울시는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공관리제를 적용한 사업장의 올해 평균 공사비는 3.3㎡당 413만원으로, 서울시내 평균 재건축 공사비인 3.3㎡당 437만7000원보다 낮다.

물론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조합의 자금 사정이 열악할 경우 서울시가 자금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사업 속도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자체 확보한 예산 353억원 가운데 올 상반기에만 205억원을 지원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각에서 공공관리제로 인해 사업 진행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하지만, 조합이나 조합원들 중에선 사업비 획기적 감소 등을 들어 의무적용을 오히려 확대해달라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공공관리제에 대해 적용 기준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재건축 연한 축소와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 완화 방안도 서울시와 국토부간 갈등 요소로 꼽힌다. 서울시는 이 방안들로 인해 현재 추진 중인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했다.

국토부는 재건축 연한 축소로 인한 전세난에 대해 "연한이 단축되도 일시에 재건축이 추진되지 않고 사업시기를 지자체와 협의해 전세난을 피할 수 있게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주택 감소 우려에 대해선 "세입자용 임대주택이 부족할 경우 정비계획을 수립하면서 지자체장이 5%포인트까지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낮춰놓은 임대주택 비율을 수요에 따라 다시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주민들이 임대주택 비율을 다시 올리자면 과연 얼마나 찬성할 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기부채납 완화를 예고한 관련 지침 마련 역시 양측간 첨예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 문제는 재건축 조합 등이 부지를 기부채납해 공공시설을 지을 경우 용적률에 적용될 인센티브를 지자체에서 결정하게 되는데, 현재 서울시가 조례로 정한 용도지역상별 용적률이 법정상한 용적률을 밑돌면서 발단이 됐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1종 200%, 2종 250%, 3종 300%까지 용적률이 허용된다. 하지만 서울시 조례의 용적률 상한선은 1종 150%, 2종 200%, 3종 250% 등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최대 40%에 가까운 기부채납을 요구한 후 용적률을 풀어주는 과정에서 정비사업이 늦어진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기부채납을 '공공기여'의 측면으로 보면 과하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와 서울시간 공공관리제나 용적률 갈등은 현행법상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라며 "정부가 이번 대책과 함께 지자체장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을 마련하면 갈등 양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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