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동화기기(ATM) '얼굴인식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했던 경찰이 이번에는 ATM 주변에서 휴대전화 통화를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을 막기 위한 차원이라고 합니다.
경찰 측은 "당장 도입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일본에 이 같은 기기가 있는지 알아봤다"고 설명합니다. 일단 선진국 사례를 살펴본 후 단계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정작 ATM을 관리하고 있는 은행권은 떨떠름한 모습입니다. 여러 문제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 전파를 교란하는 것은 현행 전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전파의 특성상 정확한 전파제한이 불가능해 ATM 주변을 지나가는 행인이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ATM 이용 고객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업무상 중요한 전화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전화가 울리지 않아 낭패를 보거나, 전화 통화를 하면서 ATM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ATM 얼굴인식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열린 시연회에서는 눈과 코, 입을 가리지 않은 상태에서 뺨에 붕대만 붙여도 현금인출이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눈을 살짝 가린 정도의 '장발' 고객도 거부했습니다. 인권침해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진짜 문제는 경찰이 이런 문제점들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유사한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19일 경찰청에 얼굴인식 프로그램과 휴대전화 전파차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경찰 측이 휴대전화 전파차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23일이니, 은행권의 공식입장은 사실상 묵살된 셈입니다.
은행권은 "경찰이 ATM에 집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립니다. 부작용이 나타날 게 분명한 방안을 무리하게 밀어 부치다 보니 갖가지 '설'도 나돌고 있습니다. 경찰이 이런 방안을 포함한 민생안정대책을 상급기관에 이미 보고해 강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에서 부터 일부 업체의 로비설까지 다양합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실효성 없는 대책을 연이어 생각해내니 어이가 없다"며 "이건 일종의 '쇼'나 다름없다"고 비판합니다. 경찰이 얼굴인식과 휴대폰 차단에 이어 어떤 '묘안'을 내놓을 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