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민유성 회장과 '상식의 실패'

[기자수첩]민유성 회장과 '상식의 실패'

정진우 기자
2009.11.11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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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장.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이석현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가슴아픈(?) 질문을 받았다. 지난해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스토리도 담긴 책 '상식의 실패'와 관련해서다.

이 의원은 문제의 책 내용을 언급하며 "산은이 3번에 걸쳐 리먼을 인수하려고 했다는데 맞는가"라고 따졌다. 민 회장은 "책의 저자는 산은의 인수협상과 관련 없는 인물이고, 책 내용은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답변했다.

민 회장의 답이 시원치 않아서인지 이 의원은 "책과 관련된 내용을 자세히 정리해달라"며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기자는 최근 산은이 국감 후 이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입수했다.

자료는 민 회장이 답변한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만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리먼 인수와 관련해 주당 23달러를 요구한 것은 산은이 아니라 국내 다른 금융기관일 수 있다는 대목이다.

산은의 '보고'가 사실이라면 국내 또 다른 금융기관이 리먼 인수전에 뛰어들었거나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는 얘기가 된다.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투자은행이던 리먼 인수를 놓고 국내 금융기관끼리 경쟁을 벌일 정도로 당시 금융계에선 리먼을 매력적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산은의 리먼 인수는 결국 실패했다. 국내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았고, 리먼도 산은이 제시한 가격을 수용하지 않은 탓이다. 민 회장의 아쉬움은 컸다. 리먼 인수에 성공했다면 산은이 리먼의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해 수년 내 글로벌 4위 투자은행이 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다. 민 회장은 지난달말 열린 산은금융지주 출범식에서 10년 후 글로벌 20위권 투자은행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산은은 현재 인도네시아나 태국 등 아시아권 은행 2∼3개를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은행을 인수해도 산은이 세계 20위권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산은의 리먼 인수전도 두고두고 곱씹어 얘기될 것이다.

리먼의 기억을 상기시킨 '상식의 실패'에선 리먼 파산의 원인을 무제한적인 M&A와 자본거래에서 찾았다. 산은지주의 의욕이 이런 실패는 피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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