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김동수 수출입은행장
정확히 2년 전 오늘, 세계적인 금융회사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처음엔 찻잔 속 태풍쯤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직격탄이 날아왔다. 2008년 말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이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자금경색 등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시중은행들도 불안했다. 이러다 또 외환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높아졌다.
이때 국내 은행권 최초로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금리를 일괄적으로 인하(평균 1.5%~2.0%)한 은행이 있다. 이 은행은 790개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총 2조5000억에 달하는 대출의 만기도 연장했다. 수출 중소기업들의 어음결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자금을 신속하게 지원해주는 네트워크 대출을 만들었고, 기술력 있는 영세 기업에 특례 신용대출 지원도 확대했다.
수출입은행 얘기다. 김동수(55) 수출입은행장은 취임(2009년 2월)과 동시에 이런 처방을 내렸다. 김 행장의 발 빠른 지원으로 신음하던 수출 중소기업들은 안정을 되찾았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이들의 형편은 크게 나아졌다.
김 행장의 이런 결단은 현장에서 나왔다. 그는 취임 이후 매주 한차례씩 거래 중소기업을 찾아다니며 이들의 어려움을 직접 들었다. 현장형 CEO의 표본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9월 말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 수출입은행장 회의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 행장을 만나 현장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국제회의 개최 준비로 바쁘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9월 말 부산에서 아시아 수출입은행장 회의가 열립니다. 2001년에 이어 9년 만에 수출입은행이 다시 개최하게 됐습니다. 매년 한 차례씩 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개최하고 있는데 이번이 제 16차 회의입니다. 올해는 사상 최대 규모인 16개 나라에서 참여할 예정인데 지금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아시아 수출입은행장 회의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 매년 아시아 10개 나라 수출입은행장들이 모이는 행사인데 각 국 수출입은행들로선 연례 가장 큰 행사입니다. 아시아 역내 수출입은행간 정보교환과 인사교류, 상호관심사항 공동연구, 제3국 개발사업 공동지원 목적으로 1996년 11월에 발족한 국제회의입니다. 이번 회의 주제가 '금융위기 이후 도전과제: 지속가능하고 균형된 성장을 위한 아시아 수출입은행의 역할'입니다. 각 은행 대표들은 이번 회의에서 역내 무역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공동금융지원약정을 체결하고, 회원기관 확대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신규회원 가입 프로토콜을 정식 승인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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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큰 이슈입니다.
▶ 우리나라 전체 기업 수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국내 직접 수출의 30% 이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중소기업들이 활기차게 움직이지 못하는 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죠. 지난해 2월 수출입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매주 중소기업 현장을 찾았는데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중소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관행의 개선을 포함해 현장에서 통하는 시의적절한 지원책 마련이 절실해 보였습니다. 또 정부와 관련기관이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히든챔피언 육성 계획이 그 해답인가요?
▶ 맞습니다. 지금까지 70여 개의 기업을 직접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스스로 도전하지 않는 기업은 아무리 좋은 지원책이 나와도 빠르게 변하는 시장상황에 적응할 수 없고, 성장을 기대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수출입은행이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을 통해 기술력과 창의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지배력을 갖춘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금융, 해외시장 정보, 경영전략 수립까지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스스로 노력하는 중소기업들을 글로벌 시장의 강소기업으로 육성하자는 것입니다. 올해 총 100개 기업을 선정해 우리 경제의 혁신을 주도할 기업을 키워낼 것입니다.
- 히든챔피언 사업이 성과를 거뒀는데 앞으로 더 할일은 무엇인지요.
▶ 수출입은행이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2조원씩 총 20조원을 지원해 한국형 히든챔피언 300개를 육성할 계획이라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올해가 이 사업의 원년인데 현재 총 6245억 원을 지원해 올해 계획의 62%를 달성했습니다. 이처럼 기업별 맞춤형 금융 제공으로 기업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육성대상기업들이 세계 일류 중견기업으로 성장해 앞으로 우리의 먹을거리를 책임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입니다.
- 수출입은행이 UAE 원전 사업 금융부문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UAE 원전사업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지난해 상반기는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대내외 금융시장 여건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가 원전사업을 수주할 경우 대규모 금융 제공이 충분히 가능함을 UAE 측에 주지시키는 것이 수주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수출입은행은 UAE 원자력전력공사의 CFO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가 해외발전사업 지원경험이 풍부하며, 대규모의 경쟁력 있는 자금을 지원한 경험과 능력이 충분히 있음을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설득해 수주에 일조했습니다. 결국 UAE 원전 수주는 우리의 기술력, 정부의 총력외교와 더불어 수출입은행의 금융 경쟁력이 인정받은 결과라고 봅니다.
- 터키 원전 등 추가 수주를 위해 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현재 원전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 금융을 제공하는 국제 상업은행의 수는 제한적이며, 주로 수출신용기관의 보증을 기반으로 소규모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UAE 원전사업 수주 이후 우리나라가 추가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터키 원전사업은 현재 사업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입니다. 터키 측에서 아직 총사업비 규모, 차입규모 등을 확정하지 않아 구체적인 금융 지원액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터키측이 필요한 자금의 규모를 확정하면 수출입은행은 곧바로 정부와 긴밀한 협의 하에 경쟁력 있는 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돼 있습니다.
- 녹색성장이 전 세계적인 화두입니다.
▶ 아시다시피 녹색산업은 성장잠재력과 경제파급 효과가 크지만, 해외진출 기반이 취약하고 산업 초기단계에 따른 불확실성 등으로 민간자금 유입에 한계가 있어 수출입은행과 같은 대외정책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요구됩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녹색산업 금융지원 목표를 2조2000억 원으로 설정하고 현재 1조4000억 원이 넘는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녹색산업에 대해서는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대출한도를 확대해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 올해 여신지원 계획과 실적을 알고 싶습니다.
▶ 수출입은행은 올해 총 60조원의 여신 지원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15% 증가한 총 40조원의 여신을 지원했습니다. 녹색산업 지원 강화에 따른 결과입니다. 특히 해외광구 매입과 지분투자를 통한 주요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M&A 등 다양한 선진 금융기법을 활용한 금융지원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플랜트, 해외건설 수주가 증가하고 있고 국내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여신지원 목표인 60조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십니까?
▶ 직원과 소통 역시 현장이 중요합니다. 격의 없이 소통하기 위해 틈틈이 부서를 방문해 이야기도 하고 소그룹으로 점심을 같이 먹으러 가기도 합니다. 이런 모임에서 사소한 일상사부터 은행 업무에 대한 건의까지 다양한 대화가 오고 갑니다. 지점을 순회 방문하면서 식사도 하고 지점생활의 갖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 수출입은행의 외화조달은 시장에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 올해 총 81억 달러의 외화를 조달할 계획인데 7월 말 기준으로 이미 49억3000만 달러를 조달했습니다. 올해 6월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를 제외한 한국계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10년 만기 달러화 채권 발행에 성공하는 등 대한민국 대표 차입기관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한국 최초로 대만 포모사본드와 아시아 최초로 페루 Sol화 채권 발행에 성공했으며 앞으로도 호주, 일본, 콜롬비아, 스위스, 말레이시아 등 비 달러화 시장에서의 채권발행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