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재구성]금융당국, 한국 도이치증권 등 검찰고발
지난해 11월11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벌어진 이른바 '옵션쇼크'가 도이치은행 홍콩지점의 시세조종으로 결론 났다.
금융당국은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지수차익 거래팀이 보유 중인 대규모의 국내 주식을 한꺼번에 매도 주문을 냄으로써 주가하락을 유도하고 미리 사둔 풋옵션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 직원들은 대규모 주식 매도 정보를 사전에 알고 선행매매, 즉 명백한 불공정행위를 했다.
금융당국이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도이치증권 서울지점에 6개월 일부 영업정지 징계를 내린 이유다. 다만 도이치은행 독일 본사는 직접 개입한 증거를 찾지 못해 검찰에 통보만 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이치은행은 증시환경과 환율 등을 고려할 때 한국투자 전망이 좋다고 판단해 투자결정을 내린다. 가까이 있는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프롭 매매(은행 고유자금 운용)팀이 투자를 주도했다. 물론 홍콩지점의 투자자금은 결국 본사 소유다.
계좌는 런던지점 계좌가 이용됐다. 이번 제재를 결정한 증권선물위원회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영업하는 행태 중에 하나"라며 "런던지점은 단순히 계좌주이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밝혔다.
도이치은행 측은 은행 고유 자산으로 삼성전자, 포스코 등 국내 유망주식들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매집이 시작된 5월부터 옵션쇼크 전날인 지난해 11월10일까지 코스피는 약 17% 올랐다. 분할매수를 감안하면 적어도 10% 넘는 수익을 내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투자에 관계된 도이치은행 관계자들이 주식 파는 것을 파생상품(옵션)과 연결해 생각하면서 문제는 시작됐다. 코스피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내는 풋옵션을 미리 사놓는다면 큰 이익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식매도 시점을 옵션만기일이었던 지난해 11월11일로 정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생각이 옵션상품에까지 이르자 도이치은행은 대량 주식 매도 주문을 받아줄 국내 증권사를 찾았다. 하지만 2조원이 넘는 매도 규모를 감당할 증권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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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도이치은행은 한국도이치증권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관계자들과 한국도이치증권 직원은 이메일 등으로 서로 연락했다.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지수차익거래팀 팀장인 '갑'(영국인)과 담당 이사 '을'(프랑스인), 거래 및 리스크 담당 책임자 '병'(호주인) 등이 공모했다. 뉴욕 도이치은행증권의 글로벌 지수차익거래 담당 책임자인 '정'(미국인)은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
창구로 이용된 한국 도이치증권의 파생상품 담당 상무 '무'도 공모자다. 이 5명과 한국 도이치증권은 모두 검찰에 고발됐다.
이들은 지난해 11월11일 보유 중이던 2조4424억원의 코스피200 구성종목 199개 주식 전량을 장마감 동시호가 시간에 직전가 대비 4.5~10% 낮은 가격으로 총 7회 분할 매도했다. 코스피는 급락했고 단번에 올린 부당이득은 448억7873만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