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시대의 10만 양병론…국제금융전문가 키우자

금융위기 시대의 10만 양병론…국제금융전문가 키우자

대담=채원배 금융부장, 정리=진달래 기자
2012.09.25 06:30

[머투초대석]이장영 한국금융연수원장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가 촉발한 또 다른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쳤다.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금융'이다. 외환시장이 출렁이고 자금의 만기연장 등이 어려워지면서 유동성에 빨간 불이 켜진다. 각종 선진기법이 도입되면서 배움의 필요성도 날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기범기자 @leekb
이기범기자 @leekb

상시화되는 위기에 대비하고 진화하는 금융기법을 따라잡기 위한 은행들의 요구도 날로 커졌다. 이장영 한국금융연수원 원장이 지난 4월 취임 후 역점을 둔 것도 바로 복잡한 금융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금융인력 양성이다.

이 원장은 "은행장들을 만나보니 금융환경 변화에 맞는 연수과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새로운 금융기법, 노하우 등을 습득하도록 해 금융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두 번째는 잇따른 금융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외환국제 금융 분야 전문가를 많이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기존 연수 프로그램을 선진화하면서 새로운 수요에 맞는 과정을 개설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원장은 국내 18개 은행의 은행장을 모두 찾아다니면서 연수 과정 변화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이 원장은 "의견을 모아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내부 워크숍 등을 통해 '금융연수 선진화 종합계획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인력 양성이 시급한 국제금융/IB 및 리스크 관리 등 전문분야의 신규 연수과정 등 모두 17개 과정이 개설됐고, 고품질 연수과정을 위한 별도 팀도 꾸려졌다.

-은행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 현재까지는 상당히 좋습니다. 법정관리인제도 같은, 그동안 은행이 연수원에 원하는 것을 많이 반영했습니다. 한 은행장은 '바로 이것이 우리가 원했던 것'이라는 호평을 했어요. 특히 금융임원을 위한 금융최고경영자과정은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과정으로 평가됩니다. 경영진이 국내외 금융환경 변화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어야 금융사 전체가 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겠죠.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은행들의 수요도 그만큼 빠르게 변화할 텐데요.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기존에도 연수운영협의회를 통해 연수 결과를 피드백 받고 있었지만 은행들이 원하는 연수를 적시에 공급하기 위해 과정개발팀을 새로 만들었어요. 연수 수요를 매일 파악해 반영하고 새 연수과정 홍보, 마케팅 등도 담당합니다.

-새 자격증도 만든다고요.

▶내년 시행을 목표로 '중소기업 금융상담사(SME -FA)' 자격증을 개발 중입니다. 최근 경제 불안이 가중되면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변화에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한 경영지원 필요성이 커졌어요. 금융관련 컨설팅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영 효율화를 지원하고, 한편으로 중소기업과 거래하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건전한 금융거래를 위해 '상담전문가' 양성도 나섰는데.

▶지금까지 국내 소비자보호교육은 개개인에 초점을 뒀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금융상품을 감안하면 한계가 있는 방식입니다. '현명한 투자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개개인에만 돌릴 수 없게 됐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개개인에 대한 교육 외에 금융회사 판매담당자에 대한 교육을 합니다. 양심적인 금융상담사를 양성해서 이들이 중립적 입장에서 소비자에게 투자조언, 상품설명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연수원도 이런 점을 반영해 교육과정을 만들었어요. 사실 이런 것은 당국에서 의무적으로 듣도록 지원해줬으면 합니다.

-여러 가지를 새롭게 하다보면, 자본 확충도 필요할 텐데요.

▶좋은 강사를 확보해야 하는데 강사료가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 연수원이 사이버 연수를 많이 합니다. 인터넷, 모바일 강의를 위한 각종 콘텐츠 개발 등에 예산이 많이 드는데 이를 투자가 아닌 인건비(경비)로 잡고 있어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이를 자본적 지출로 잡는다면 더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는 주어진 것으로 최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합니다.

-고졸 채용 관련 교육기부도 하지요.

▶ 금융권 취업을 원하는 고교생들을 위해 각종 자격증 응시료, 교재구입비 감면 등을 하고 있고 사이버 교육과 순회 진료교육을 무료로 하고 있습니다. 채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들을 지식으로 무장시켜줘야 하거든요. 상반기에만 169개교에서 4100여명이 은행텔러 사이버교육을 받았고 진료 순회교육도 102곳에서 했어요. 10월부터 3차 진료교육을 하기로 하고 현재 전국 특성화고교를 대상으로 참가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국제 금융전문가를 강조하셨는데, 최근 유럽재정위기에 대해 우리 금융사들이 어떻게 대응해야한다고 보시나요.

▶우리 금융사들은 외화유동성 리스크에 많이 노출돼 있습니다. 연평도 포격 사건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져도 외국인들이 자금을 회수하고, 금융위기 등으로 국제 은행 간 대출 시장이 경색되면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이 우리 은행들입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보면 유동자산이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아닌 경우가 많았는데요, 양질의 유동성 자산을 최대한 확보해야합니다. 현재 외화유동자산이라고 쌓아놓은 자산들이 위기 시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지 확인을 해봐야죠. 스페인이나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 최악의 상황에서도 유동성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중요합니다. 바젤III 같은 규제가 우리나라 은행에게 부담이 되겠지만 빨리 실시해야 한다고 봐요.

-바젤III가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지요.

▶국내 은행장들의 인식이 높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바젤III는 은행들의 자본규제만 강화한 것이 아니에요. 당장 유동성 비율 규제에 맞춰 대차대조표를 리밸런싱해야 하고 은행들의 비즈니스 모델도 바뀌어야 합니다. 국내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주변 경쟁국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데, 구조적 이익을 올려 자산을 늘려야 합니다. 사실 은행의 이익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은행들이 장기적으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좋지 않다고 봅니다. 가산금리 등을 불합리하게 책정하는 것은 안 되지만 순이자 예대마진(NIM)은 적정히 해야 합니다.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대로 주려면 어느 정도의 NIM을 용인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유럽 위기는 상당기간 장기화될 텐데요.

▶ 국채 매입 발표 이후 시장이 다소 낙관적으로 변했지만 저는 아직 회의적입니다. 유로존 붕괴위험 또는 몇 국가의 유로화 포기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어요. 여전히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이 유로화를 포기할 위험이 있습니다. 과연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정치지도자들이 국내에서 정치적 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구제금융 신청에 나설지가 문제에요. 그런데 이미 채권시장은 호전됐고, 구제 금융을 신청할 경우의 낙인효과도 큽니다. 신청한다 해도 구제금융기금이란 방화벽이 충분한지도 따져볼 문제이죠. 의회나 정부가 재정개혁을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유럽공동체가 공동재정정책을 통해 정부 간 보증을 통해 채권에 상환불능 위험을 보증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유럽중앙은행이 하는 것은 유동성 공급이지 상환불능 위험 보증이 아니에요. 그런 쪽으로는 갈 길이 멀어보고요, 내년에도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특히 그리스가 유로화를 포기할 위험이 크고, 이는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금융연수원의 비전을 말씀해주신다면.

▶다소 고답적인 표현이긴 합니다만, 초일류 선진 금융연수원이 목표입니다. 우리 금융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우리 연수원부터 일류가 되어야한다고 봅니다. 금융인들에게 새로운 금융지식을 빠르게 전달하고 국제금융 전문가를 길러내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