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살보험금의 교훈, 재발 막으려면

[기자수첩]자살보험금의 교훈, 재발 막으려면

전혜영 기자
2016.07.17 16:10

생명보험업계를 벌집 쑤신 것처럼 만들어 놓은 자살보험금 논란이 일단락되기도 전에 암보험이 ‘제2의 자살보험금’ 사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판매된 일부 암보험의 약관에 갑상선암이 림프절로 전이될 경우 보험금 지급 기준이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은 것이 문제다. 약관의 불명료함으로 인해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소급해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암보험 역시 자살보험금과 비슷하게 ‘모호한 약관-법정분쟁-미지급 보험금 추가 지급-소멸시효 논쟁’으로 이어지는 논란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사태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제도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우선 자살보험금 논란을 계기로 소멸시효와 관련한 기준 등을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의 기준을 보험금 지급 책임이 개시되는 시점이 아닌 소비자가 인지하는 시점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또 특약이나 소멸시효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몰라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보험계약자들을 위한 구제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이번 사태에 대해 보험사들과 공동 책임을 느끼고 내부적인 감독·검사 방안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없는 점은 아쉽다. 자살보험금과 암보험 모두 문제의 발단은 약관이다. 약관이 명확하지 않아 보험금 지급 기준이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문제다. 법원은 이에 대해 약관이 불명확할 때는 약관 작성자, 즉 보험사가 불이익을 당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판결을 내리고 있다. 보험사가 약관을 만들었으니 책임지라는 것이다.

보험약관은 만든 보험사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금감원이 승인을 하거나 보고 받아 살펴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수 없다. 모호한 약관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사후약방문식 제도 개선에 앞서 보험사가 처음부터 제대로 된 약관으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감독하고 검사하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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