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일반인은 잘 모르는 '최순실식 외화대출'

[우보세]일반인은 잘 모르는 '최순실식 외화대출'

이학렬 기자
2016.11.01 08:39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기업들이 주로 쓰는 방식으로 외화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정씨는 어머니 최씨와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강원도 평창 소재 땅을 담보로 KEB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에서 외화대출을 위한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받았다. 이를 가지고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에서 유로화로 대출을 받았다. 대출금액은 약 3억원이다.

정씨는 이같은 방식으로 외화대출을 받으면서 많은 혜택을 누렸다. 우선 해외에 현금을 가져갈 필요가 없었다. 또 원화 3억원을 대출받은 뒤 25만유로로 바꾸기 위한 환전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됐다. 환전수수료가 1%만 부과됐다고 해도 300만원을 아낄 수 있었다.

국내가 아닌 유럽에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금리도 더 낮아졌다. 유럽은 정책금리가 마이너스 금리라 대출금리가 매우 낮다. 독일의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연 0.4%다. 반면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연 3% 내외다. 환율 변동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정씨는 매년 780만원의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정씨가 받은 외화대출이 불법이나 편법은 아니다. 국내 은행 대부분이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하고 있어 개인들도 담보나 예치금만 충분히 제공하면 정씨가 받은 외화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 역시 정씨가 받은 외화지급보증서는 기업과 개인 모두 발급받을 수 있으며 이례적인 거래가 아닌 일반적인 거래라고 해명했다. 또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 받은 고객이 총 6975명이고 이중 개인 고객은 약 11.5%인 802명이라는 영업비밀에 가까운 숫자까지 공개하며 특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씨처럼 외화지급보증서를 받은 802명이 많아 보이진 않는다. 다른 은행에서도 개인에게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하지만 숫자는 많지 않다. 개인에게도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할 수 있지만 실제로 개인에게 발급한 사례가 없는 시중은행도 있다. 정씨가 받은 외화대출은 그만큼 일반 사람들이 잘 모르는 방식이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문가의 조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한 것도 일반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대출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씨가 활용한 외화대출 방식은 당초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신용도나 담보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이 운영자금 등 차입에 어려움을 겪을 때 한국에 있는 본사가 거래은행에서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받아 해외 현지법인에 제공하면 이를 담보로 현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외화지급보증서를 이용한 외화대출이 최씨처럼 해외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자산가들에게 이용되고 있다. 개인이 외화지급보증서를 이용해 외화대출을 받는 것이 불법이나 편법이 아니라고 해도 기업들을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가 개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활용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개인이 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이같은 제도를 이용해 거액의 외화를 유출하는 것이 적절한지 살펴보고 정작 해외 진출을 꾀하는 기업들이 해당 서비스를 받지 못해 불편을 겪는 것은 아닌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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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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