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6년 1월28일. 전세계 시청자들은 생방송으로 충격적인 장면을 지켜봤다. 지구 밖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7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하늘로 향하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된 지 70여초만에 화염에 휩싸이며 폭발했다. 생환자는 없었다.
사고의 원인은 챌린저호 고체 연료 로켓부스터에 쓰이는 고무링 이상이었다. 엄청난 고온과 압력을 로켓 밖으로 나가지 않게 밀폐해 주지만 두께는 불과 약 6㎜(밀리미터)에 불과하다. 지금까지는 그걸로 충분했다. 그 이전까지 나사(미항공우주국)는 같은 재질과 두께의 고무링으로 수 십 차례의 우주왕복선 발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 고무링은 섭씨18.5 이하에서 급격히 탄성을 잃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발사 당일 기온은 섭씨 영하 1도였다. 기능을 잃은 고무링은 발사 압력을 이기지 못했다. 가스를 틈으로 새어나가게 했고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졌다.
사전 경고도 있었다. 고무링 설계 담당자가 날씨를 이유로 사고 당일까지 발사 연기를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작은틈, 약한 고리에서 사고는 비롯됐다.
최근 우리 금융의 가장 약한 고리인 2금융을 중심으로 한 경고음이 이 곳 저 곳에서 들려왔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대출을 많이 해 준 캐피탈사들의 유동성 경색 이슈가 불거진 것을 비롯해 국내 중견 생명보험사인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콜옵션)을 하지 않는 결정을 하면서 외화 시장에서 한국의 신뢰가 통째로 흔들렸다.
특히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이행은 그동안 큰 사고 없이 국내 금융시장의 허리 역할을 해 왔던 보험사들의 자금 경색을, 다시 말해 큰 위기가 찾아왔음을 국내외 시장에 알려준 계기가 됐다.
늘 국내 채권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해 왔던 보험사들이 지난달부터 보유 채권을 대규모 매도하며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점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보험사 유동성 위기의 단면을 보여줬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등의 사태가 크레딧 채권 투자의 신뢰관계에 균열을 냈다고까지 평가했다.
금융당국의 물밑 노력과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이행 '주워담기', 채권안정펀드를 통한 2금융권 유동성 지원 등으로 급박했던 '약한 고리'발 경고등은 다소 진정된 모습이다. 그러나 내년까지도 국내외 환경을 둘러싼 위기는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대세다.
우리사회는 올해 하반기 레고랜드를 시작으로 수 차례의 경고 사인을 받았다. 자칫 위험한 고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고의 노력으로 일단은 버텼다. 경고는 한 번이면 족하다. 잘 굴러갈 것이란 막연한 자신감과 기대는 '챌린저호'와 마찬가지로 '한국호'를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끌 수 있다. 누구나 아는 큰 위협이 아니라 설마 하는 '약한 고리'에서 붕괴와 사고는 늘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