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잔인한 금융'의 역습

[기자수첩]'잔인한 금융'의 역습

박소연 기자
2025.10.30 05:00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은행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전망했다. 코스피 띄우기와 부동산 규제를 마무리한 이재명 정부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의식해 은행을 정조준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근거가 명확하진 않지만, 은행권에선 비슷한 우려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려의 중심엔 은행의 '호실적'이 있다. 내수 부진 속 주요 시중은행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데 대해 국민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다수의 국민들이 부동산 매입 등의 이유로 꼬박꼬박 이자를 내는 상황에서 은행에 불편한 심기를 갖는 건 자연스럽다.

이 대통령의 계속되는 '잔인한 금융' 언사는 이같은 민심에 기댄 듯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15%대인 최저 신용대출자 금리를 두고 "어려운 사람 대출(이자)이 더 비싸다.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 영역 같다"고 했다. 지난 14일엔 "우리는 한 번 빚지면 죽을 때까지 쫓아다닌다. 금융이 너무 잔인하다"며 금융권을 재차 직격했다.

서민·취약계층에게 대출 숨통을 틔워야 한단 취지엔 공감이 간다. 다만 '고신용자 금리를 올려 저신용자 금리를 낮추자'거나, '은행이 이자를 받는 것은 일부가 못 갚을 가능성을 계산한 것이므로 못 받아도 손해가 아니고 끝까지 쫓아가 받으면 부당이득'이란 논리는 금융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단 점에서 우려된다.

이 대통령은 수차례 "금융은 다르다"고 했다. 은행은 기업처럼 기술개발·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도, 수출을 통해 외화도 벌어들이지도 않는단 인식이 반영됐다. 이는 은행을 향한 규제·간섭의 근거로 작동한다. 정부는 이미 생산적 금융·포용금융 명목의 청구서를 내밀었고, 우리금융은 80조원, 하나금융은 100조원 지원 계획을 밝혔다.

금융은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은행의 실적이 좋다고 방심하다간 건전성이 악화돼 진짜 위기 때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실제 경기 부진으로 두 달 연속 대출 연체율이 상승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수익은 자본건전성의 기초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에 대출과 투자를 할 수 있다"며 "곶감 빼먹듯 은행의 여력을 소진하면 당장 내년에 관세 충격이 생겨도 금융권이 나설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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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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