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지면 지분 강제로 팔아라?..."이제 제2의 두나무 없다"

덩치 커지면 지분 강제로 팔아라?..."이제 제2의 두나무 없다"

최태범 기자
2026.03.02 07:15

[업비트는 공공재인가]⑥경영권 방어 불가...VC 투자 매커니즘에도 악영향

[편집자주]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은 민간기업의 사유재산권과 경영권을 침해하는 초법적 발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공공 인프라'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정작 왜 공공재인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는 빈약하다. 그래서 정부가 설득력이 부족한 공공재 명분을 내세운 건 관치금융을 위한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기획을 통해 대주주 지분제한의 논리적 정당성을 점검한다. 또 글로벌 규제 표준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산업 진흥을 위한 합리적 거버넌스 대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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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15~20% 제한'은 단순한 규제를 넘어 스타트업과 창업 생태계 전반에 혁신 의지 약화와 투자 위축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자본주의의 핵심 동력인 '성공에 대한 보상'을 부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열심히 해서 기업을 키워놓으면 국가가 공공성을 명분으로 경영권을 박탈한다'는 공포심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2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민간이 리스크를 감수하며 일궈온 혁신 산업에 대해 정부가 사후적으로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 산업의 존립을 흔든다는 점에서 과거의 '타다 사태'와 유사한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타다는 17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도 사업을 접어야 했다. 택시업계가 불법 콜택시라며 강력 반발했고 택시기사가 분신해 사망하는 등 사태가 커지자 정부와 국회가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입법하면서 서비스를 막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논란과 관련해 "기업이 성장해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플랫폼이 되자 정부가 '공공 인프라'라는 모호한 명분을 내세워 사후적으로 지분을 강제 매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도 "밤잠 설치며 서비스를 키우는 것은 성장의 결실을 누리기 위해서다"며 "그런데 덩치가 커졌다고 지분을 강제로 팔라고 하는 상황이 당연해진다면 누가 제2의 두나무(업비트 운영사)를 꿈꾸겠느냐"고 반문했다.

VC 투자 매커니즘에도 악영향

특히 이번 규제는 스타트업의 자금줄인 벤처투자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벤처캐피탈(VC)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 중 하나는 '창업자의 확고한 리더십과 지분율'이다.

스타트업은 성장을 위해 수차례의 투자유치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은 필연적으로 희석된다. 만약 최대주주 지분의 상한선이 15~20%로 묶인다면 후속 투자를 받을 때 창업자의 지분은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VC 업계 관계자는 "지분율이 낮은 창업자는 거대 자본이나 적대적 세력으로부터 기업을 지켜내기가 어렵다"며 "경영권이 흔들리는 회사에 돈을 태울 이유가 없다. 스타트업은 결국 자금 조달 통로가 막혀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지분 상한이라는 제도적 규제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행위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주요국에서는 직접적인 지분 상한 정책보다는 지배력 변동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경영진의 적격성과 투명성을 중심으로 감독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자의 정당한 권리 중 하나는 기업의 지분을 매각해 보상받는 '엑싯'(Exit)이다. 강제적인 지분 제한에 의해 창업자가 제값을 받고 지분을 매각할 기회가 박탈된다면 규제를 피해 해외로 법인과 핵심 인력을 이전하는 선택이 늘고 한국은 '혁신 엑소더스'를 겪을지 모른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대표는 "성공의 대가가 경영권 박탈이라면 어떤 인재가 창업에 투신하겠느냐"며 "최근 유망 창업가들이 한국을 떠나 미국행을 택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근본 원인도 사후적 규제로 경영권을 흔드는 이러한 역행적 정책 관행에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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