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물러나면서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 경제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에 이어 청와대 정책 컨트롤타워까지 교체되면서 경제 핵심라인 상당수가 교체됐다. 다만 이번 인사가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꾸기보다는 부동산·증시 정책 혼선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집행력을 보강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 실장의 사표를 수리한 1일 국무회의에서 내놓은 메시지도 정책기조 유지에 무게를 싣는다. 이 대통령은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취약계층의 고통과 성장잠재력 훼손을 막기 위해 "재정이 정교한 역할 분담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긴축 통화정책을 보완하기 위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재확인한 것이다.
AI·반도체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7대 시드 프로젝트, 공공주택 20만호 공급, 농어촌 기본소득 확대 등 기존 핵심 정책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미래산업 투자를 통해 성장률과 세입을 높이고 이를 다시 투자하는 '생산적 선순환 재정 전략'을 강조한 것 역시 김 실장 재임 당시 마련한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다. 성장 성과를 청년과 지역, 취약계층으로 확산해 양극화를 완화한다는 정책 목표도 달라지지 않았다.
후임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이형일 재경부 1차관 역시 정책의 연속성에 무게를 싣는다. 이 후보자는 기존 정책과 거리를 둔 외부 인사가 아니라 현 정부 경제정책의 설계와 집행에 참여해온 정통 경제관료다. 청와대도 이 후보자의 발탁 배경으로 정책 전환보다 '실행 역량'을 강조했다. 경제정책의 방향을 다시 짜기보다는 기존 정책의 집행 속도와 완성도를 높이려는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실장의 퇴진을 계기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와 부동산 정책이 추가로 손질될 가능성은 있다. 다만 투자자 보호 강화와 주택공급·실수요자 지원 확대는 인사 전부터 추진돼온 만큼 이를 정책기조 전환의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이 대통령도 이날 "정부안이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고 완벽할 수도 없다"며 개별 정책의 보완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책 변화의 범위를 가를 최대 변수는 후임 정책실장 인선이다. 정책실장은 경제뿐 아니라 산업·사회·부동산 정책을 조율하고 부처 간 이견을 정리하는 청와대 정책 컨트롤타워다. 김 실장이 주요 정책을 직접 제안하고 대외 메시지까지 주도했던 만큼 후임자의 성향과 대통령과의 관계에 따라 세부 정책의 우선순위와 추진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현 정부의 정책 철학을 공유하는 관료나 내부 참모가 발탁되면 기존 노선을 유지하면서 집행력을 높이는 데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크다. 반면 시장 친화적 외부 인사나 정책 조정 능력을 앞세운 인물이 기용될 경우 부동산 세제와 금융시장 규제 등 일부 정책에서는 속도 조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