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통폐합]

국가 에너지·자원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수술이 이뤄진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25년간 유지돼 온 발전 5사(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분할 체제를 깨고 단일 법인인 '한국발전'으로 통합한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도 '에너지자원공사(가칭)'로 합친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 심화와 인공지능(AI) 대전환, 탄소중립 이행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파편화된 공공 역량을 하나로 모아 국가 자원안보와 정책 집행력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3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8개 기관이, 산업통상부 산하 5개 기관이 감축된다.
명분은 '규모의 경제'와 '선제적 대응력' 확보다. 그동안 발전 5사는 연간 수천억원의 연구·개발(R&D)과 재생에너지 투자를 개별적으로 중복 집행하며 투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단일 법인화가 추진되면 중복 인력과 고정비가 감소하고 대규모 해상풍력 등 중장기 프로젝트에 자금을 집중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으로 분석된다. 석탄화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 불안과 지역 충격을 단일 조직 내 인력 재배치를 통해 흡수하는 순기능도 기대된다.

석유·가스공사 통합 역시 해외 자원개발과 인프라 구축에서 막강한 '구매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 기관이 통합되면 국가 차원의 자원 확보 협상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란 기대다.
석유 비축기지와 LNG 배관망 등 분산됐던 물류·생산 인프라를 결합해 수소,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신에너지 투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문제는 '재무 리스크'와 '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의 20조원대 부채가 가스공사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일이 시급하다. 부실 자산이 통합 법인의 재무제표에 합산될 경우 전체 신용등급 하락과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져 결국 가스요금 인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장사인 가스공사의 주주 설득과 동의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정부는 별도의 '부실자산 관리 자회사'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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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심화 우려도 존재한다. 발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통합 발전사가 등장할 경우 민간 발전사와의 공정 경쟁을 저해하거나 전력 시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아울러 지방에 분산된 발전사 본사를 재배치하는 과정에서의 지방자치단체 반발과 대규모 조직 개편에 따른 노동조합과의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