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배송 6개월째 '공회전'...소상공인 반대, 업계도 한숨

대형마트 새벽배송 6개월째 '공회전'...소상공인 반대, 업계도 한숨

유엄식 기자
2026.08.3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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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원대 기금 조성, 배달 플랫폼 공유 등 대안 거론...대형 유통사 "과도한 요구" 선긋기
새벽배송 근로시간 제한 입법과 충돌...업계 "의무휴업일 규제부터 정상화해야"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14년 만에 허용하기로한 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하역장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대형마트 새벽 배송 금지 규제는 2012년 전통시장·골목상권 보호와 근로자 건강권·휴식권 보장을 명목으로 도입됐으나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을 골자로 한 유통발전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6.02.09. jini@newsis.com /사진=김혜진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14년 만에 허용하기로한 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하역장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대형마트 새벽 배송 금지 규제는 2012년 전통시장·골목상권 보호와 근로자 건강권·휴식권 보장을 명목으로 도입됐으나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대형마트 새벽 배송 허용을 골자로 한 유통발전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6.02.09. [email protected] /사진=김혜진

당정이 올해 2월 입법 추진을 예고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방안이 6개월 넘게 공회전 중이다. 소상공인 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대형마트 업계도 기금 조성 등 정부의 규제 개선을 위한 절충안이 과도한 요구라며 선을 긋는다. 이해 관계자의 반발 속에 연내 입법이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나온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 중소기업벤처부 등 관계 부처는 지난달 대형 유통사와의 간담회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의 대가로 약 10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 조성, 새벽배송 시 1만원 이하 신선식품 판매 제한 등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최근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법 개정 조건으로 동네 슈퍼들이 지자체 공공배달앱을 통한 장보기 배송 지원안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사들은 이런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유통사 관계자는 "그동안 대형마트나 SSM 신규 점포를 내기에 앞서 주변 상인,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상생기금과 시장 시설 개선 등 다양한 지원을 시행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직 수익성 확보가 불투명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완화 조건으로 대규모 기금 조성과 배송 조건 제한을 수용하란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최근 새벽배송 근로제한 입법을 추진한 것도 업계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벽배송 야간 작업을 1일 최대 10시간, 주당 최대 48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형마트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추가적인 물류센터 구축, 추가 배송 차량과 기사 확보, 야간 근무 인력 신규 채용 등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이에 더해 대규모 기금 출연과 새벽배송 근로시간 규제 등이 더해지면 기업 부담이 가중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체 관계자는 "이런 조건을 수용할 바에 그냥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공공앱을 통한 퀵커머스(신속배송) 지원, 소상공인에게 도매가 판매 등 상생안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유통사들은 반대하는 분위기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과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등 개혁진보 4당 의원, 소상공인 단체 회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추진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2026.03.19.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과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등 개혁진보 4당 의원, 소상공인 단체 회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추진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2026.03.19. [email protected] /사진=고승민

이처럼 불필요한 논란과 비용을 양산하는 새벽배송 허용보단 의무휴업일 규제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는 게 대형마트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선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전면 폐지되고 자율화하면 전체적으로 약 10%의 매출 신장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객 수가 적은 평일로 휴업일을 자율적으로 정하면 신선식품 폐기율을 낮추고, 인건비와 냉난방비 등도 아껴 점포 운영 효율성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는 파산(청산) 위기에 놓인 대형마트 홈플러스 회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초 긴급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의무휴업일 규제로 연간 약 1조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단체도 법 개정에 반발한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대형 유통사가 새벽배송을 하면 소상공인이 수십 년 동안 형성해 온 지역 유통망 전부를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소상공인연합회·전국상인연합회·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공동 성명서를 내고 "국회가 새벽배송 허용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즉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내 관련법 개정이 불투명하고, 결국 좌초할 것이란 비관론도 제기된다. 업계에선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방안이 애초 유통 산업 지형을 고려한 게 아니라 작년 말 정보유출 사건 이후 정부가 대립각을 세운 이커머스 쿠팡을 견제하려는 포석이어서 새벽배송 근로시간 규제 등과 정책 엇박자가 나타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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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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