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K웨이브 올라탄 K이니셔티브 현장을 가다] CJ푸드빌(종합)
"저 간판 뭐야?" 읽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단골'...해외서 날개 단 뚜레쥬르


"처음에는 '뚜레쥬르' 이름도 어떻게 읽는지 몰랐어요. 근데 한번 먹어보니 마음에 들어서 이제 매일매일 와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라하브라의 뚜레쥬르 매장에서 빵을 고르던 알렉사 메히아씨는 단골이 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인근에서 일하기 시작한 그는 직장과 가까운 곳에 뚜레쥬르가 있어 호기심에 처음 방문했다. 그는 "다른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빵은 종류가 적고 좋아하는게 없다"며 "뚜레쥬르는 단팥빵과 갈릭크림치즈 마늘빵이 맛있어서 자주 들른다"고 말했다.

진열대에는 핑크퐁 캐릭터 케이크를 비롯해 단팥빵, 고로케, 꽈배기, 마늘빵 등 한국에서 익숙한 메뉴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옆에는 크루아상과 대니쉬, 샌드위치 등 현지 소비자에게 친숙한 제품들이 놓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매장 안은 손님들로 활기를 띠었다.
같은 날 방문한 세리토스점에서도 비슷했다.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직장인,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와 아이, 운동복 차림의 청년들이 빵과 커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출발한 베이커리 브랜드가 빵을 주식으로 하는 미국에서 일상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2004년 국내 베이커리업계에서 처음으로 미국에 진출한 뒤 2020년대 들어 급성장했다. 미국 법인 매출은 2021년 510억원에서 2023년 1054억원으로 1000억원을 돌파하더니 2024년 1373억원, 지난해 1946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장 수는 2021년 72개에서 2023년 108개, 지난해 190개로 늘었고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207개를 기록 중이다.
매장 확대에 발맞춰 현지 생산 기반도 마련했다.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 홀카운티 게인즈빌 지역에 약 9만㎡ 규모의 생산공장을 완공해 가동을 시작했다.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냉동 생지와 케이크 등을 연간 1억개 이상을 생산할 수 있다.

◆ 몽골 '1등 베이커리' 굳히기...2036년까지 점포 수 60개로 확장
지구 반대편 몽골에서도 뚜레쥬르의 인기가 확인된다. 지난달 28일 찾은 몽골 뚜레쥬르 글로벌파크점은 국내 스타벅스 매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100평 규모의 매장에 설치된 70여개 좌석에선 브런치를 즐기면서 담소를 나누고, 노트북을 펼쳐 업무를 보거나 공부하는 현지인이 많았다. 겨울철 영하 30~40도 강추위와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체류형 공간'이 절실한 울란바타르에서 뚜레쥬르는 가장 세련된 프리미엄 브랜드다.
매장에서 만난 엔크존(33) 씨는 "일주일에 2~3회 오는데 브런치와 빵, 케이크를 아메리카노나 레몬에이드와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한다"며 "매장 분위기가 좋고 편안해서 방문하면 1시간 이상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샐러드를 고른 어드막(41) 씨는 "뚜레쥬르는 이곳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란 인식이 있고, 위생적이라 믿을 수 있다"며 "케이크류도 다른 곳보다 종류가 많고 맛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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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은 인구가 적고 인프라가 열악해 외식업의 불모지로 여겨진다. 하지만 뚜레쥬르는 K베이커리 품질과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핵심 거점으로 키워냈다. 몽골은 뚜레쥬르가 진출한 9개국 중 미국에 이어 점포당 매출 2위를 기록하는 국가다.
몽골 뚜레쥬르의 성장은 현지 파트너사와 CJ푸드빌 간의 각별한 신뢰 관계에서 시작됐다. 아리운밧(Ariunbat) 아티산 LLC 회장은 2016년 10월 울란바타르에 1호점을 연 뒤 핵심 상권과 랜드마크 중심으로 점포를 늘렸다. 그는 5년 전 한국 본사에 한국인 전문 경영인을 보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한국식 매장운영과 품질관리를 흡수하려 했다. 대부분의 파트너사가 경영권을 독점하려는 것과 다른 파격 행보였다.

그 결과 2024년 부임한 김재영 몽골 법인 대표(COO)는 2년 만에 현지 매장 수를 19개에서 28개로 늘렸고, 점포당 매출을 30% 이상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현지에 부족한 외식·휴식 공간을 겨냥한 50평 이상 대형 매장 중심 운영 전략을 펼쳤고, 전 세계 매장 중 유일한 '브런치 메뉴'를 도입한 게 주효했다.
뚜레쥬르는 몽골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 랜드마크 시설에서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1순위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로 부상했다. 지난해 말 몽골 2도시 다르항에 매장을 열었고, 올해 7월엔 울란바타르에서 1400km 떨어진 서북부 도시 울란곰에도 신규 매장을 냈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의 몽골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김 대표는 "현재 울란바토르 내 2개로 나누어진 생산 공장을 하나로 통합한 물류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매년 3개 이상의 신규 매장을 오픈해 2036년까지 몽골 내 60개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미국서도 대박 난 한국 소금빵...'고추장 라떼'도 내놨다, 맛은?

CJ푸드빌 '뚜레쥬르'가 해외 주력 국가 미국과 몽골에서 현지 식문화와 소비 습관을 반영한 전략으로 K베이커리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국식 베이커리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각국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제품 구성을 달리하는 전략이다.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검증된 메뉴를 중심으로 현지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크루아상과 비슷한 식감의 한국 소금빵이 대표 사례다. 안국희 CJ푸드빌 미국법인 매니저는 "소금빵이 잘 돼서 미국 전용 메뉴 양파 베이컨 소금빵, 마늘 크림치즈 버터 소금빵 등 4종으로 메뉴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식 매운맛에 관심이 높아진 점을 반영해 '고추장 라떼'도 선보였다. 미국법인에서 개발한 고추장에 캐러멜 시럽을 더한 메뉴다. 현지 점포에서 고추장 라떼를 먹어보니 캐러멜의 달콤한 풍미가 고추장과 어우러져 매운맛을 은은하게 풍겼다. 한국 SNS에서 화제가 된 '아그작 케이크'도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 속에 출시를 단행했다.

한국산 식재료를 활용해 K베이커리의 색채를 강화하는 시도도 이어진다. 한국산 샤인머스캣을 넣은 한정 메뉴 케이크, 요거트 크루아상, 바닐라 대니쉬 등 3종이 그 예다. 이달 말까지 미국 직영점 5곳에서 판매한다. 한국 포도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내 포도 농가의 판로 확대도 돕겠다는 취지다. 출시 첫날에는 5시간 만에 샤인머스캣 크루아상과 대니쉬 준비 수량이 완판됐다.
뚜레쥬르는 몽골에서도 현지화 전략으로 고객층을 넓혔다. 4~6호 대형 사이즈 케이크의 비중을 높인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름 38cm인 특대형 6호 케이크는 국내 점포엔 없는 사이즈다. CJ푸드빌은 6호 특화 디자인과 전용 레시피를 개발해 현지 파트너사에 제공했다.
몽골 매장 케이크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40%로 국내외 다른 국가의 2배 수준이다. 특히 연말 3일 간 케이크 매출은 평상시의 10배까지 치솟는다. 대가족 문화가 남아있는 몽골에선 생일이나 연말에 꽃다발과 케이크를 주고받고 여러 명이 나눠먹는 문화가 있다. 김재영 뚜레쥬르 몽골 법인 대표는 "연말 대목에는 점포 앞에 줄을 서서 예약 구매를 해야 할 정도여서 이 기간에는 다른 빵 생산을 아예 중단하고 케이크만 집중적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육류를 즐기는 현지 소비자를 고려해 햄과 고기를 넣은 식사빵 종류도 다양하게 구비했다. 상품군(SKU)은 현지 베이커리 경쟁사를 압도하는 400여종이다. 또 커피류는 국내에서 수입한 원두를 사용해 탐앤탐스, 카페베네 등이 경쟁하는 몽골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에르덴 몽골 뚜레쥬르 글로벌파크점장(35)은 "(포장 고객이 많은 한국과 달리) 몽골은 고객 10명 중 9명이 매장에서 취식한다"며 "빵은 고기류가 들어간 식사빵과 최근 출시한 팬케이크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팔던 남자가 만든 '말차 케이크' 대박...베트남 K베이커리 성공기

베트남 제빵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말차' 신드롬을 일으킨 인물이 있다. 베트남 뷰티 업계에 종사하다 2년 전 뚜레쥬르에 합류한 차민혁 뚜레쥬르 베트남 마케팅 팀장(30)이 주인공이다.
호찌민에서 인기 메뉴로 떠오른 '말차 트레져 박스'(틴 케이크)는 지난해 8월 차 팀장이 주도해 선보인 제품이다. 현지 소비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티라미수와 쿠키앤치즈, 스트로베리 등 총 4종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이후 오토바이 배달이 일상화된 베트남의 생활 방식에 맞춰 캔 케이크로도 확장했다.
차 팀장은 "K베이커리의 맛과 품질에 현지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더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며 "패키지와 협업 등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은 특별한 경험이 핵심이다. 여러 제품을 하나의 테마로 묶어 매장 방문 자체를 색다른 경험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차 팀장은 "일반적인 놀이공원이 아닌 테마파크를 방문했을 때 더 큰 즐거움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딸기 캠페인이다. 딸기를 활용한 베이커리와 케이크, 음료를 한곳에 모아 선보이고 홍보물에도 딸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테마를 경험하면서 취향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그는 현지인과 함께 근무하면서 업무 방식과 문화의 차이로 크고 작은 오해가 생기자 직원들과의 소통 방식을 바꿨다. 회식이나 워크숍 대신 밀크티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길거리 음식을 먹거나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며 문화와 세대 차이를 좁혔다. 차 팀장은 "서로의 문화를 경험하며 쌓은 관계가 현지화 전략의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다양한 마케팅 시도를 통해 베트남에서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지속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