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2020]"色 버리고 線 넘어라"…이념·계층 초월, 변해야 찍힌다

[선택2020]"色 버리고 線 넘어라"…이념·계층 초월, 변해야 찍힌다

조철희, 김평화, 김민우 기자
2020.01.0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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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더불어민주당 내년 총선 두 번째 영입인재 원종건 씨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대표, 윤호중 사무총장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더불어민주당 내년 총선 두 번째 영입인재 원종건 씨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대표, 윤호중 사무총장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당을 상징하는 ‘색깔’을 기존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전격 교체한 것은 ‘파격’, 그 자체였다.

한국 정치사에서 오랜 기간 각각 보수와 진보를 상징하던 색깔이었지만 새누리당은 이 선입견과 경계를 단숨에 가로질러(Across) 상대 진영의 색깔을 가져 왔다.

단지 색깔만 빼앗아 왔던 게 아니다. 당시로선 누가 봐도 이질적이었지만 상대 진영의 가치관과 지향점, 정책도 받아들였다. 진보 진영의 핵심 경제정책인 경제민주화를 공약하고 당의 강령에도 명문화했다. 이민자 유입에 보수적이었지만 이주 여성 이자스민을 비례대표 후보로 내보냈다.

새누리당은 이념과 진영을 가로지는 등 행보를 보이며 미래주도적 이미지를 쌓았다. 반면 MB심판론을 들고 나온 야당은 과거지향적 프레임에 갇힌 꼴이 됐다. 결국 표심이 변했다.

새누리당은 15년만에 당명까지 바꿀 정도로 위기였지만 152석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한다. 여당의 무덤으로 불렸던 중간평가 총선을 승리하는 이례적 결과를 만들어냈다.

역대 대선과 총선 결과를 보면 승리 정당은 이념, 진영, 계층, 세대 등을 가로질러 기존과 다른 새로운 가치를 선보였다. 예상치 못한 인물을 과감하게 영입했다.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같은 노력은 변화와 새로운 가능성, 희망의 메시지이자 미래비전이 됐다. 상대 진영의 정책과 브랜드를 과감하게 수용하거나 선점해 선거에서 주도권을 가져 갔다. 기존 지지층은 물론 부동층의 기대를 끌어내 지지 기반을 확장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기획단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기획단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보수는 ‘민주화’를, 진보는 ‘성장’을=2016년 20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이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과 같은 바람을 일으켰다. 김종인을 전격 영입해 비대위원장으로 선거를 맡겼다. 김종인은 정치권에서 각 진영이 서로를 넘나들 수 있는 교차로와 같은 인물이 된 셈이었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의 ‘민주화’ 이미지를 취했다면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경제’의 이미지를 가져 왔다.

기존처럼 경제적 평등과 분배를 앞세우기보다 포괄적 성장 정책을 제시하며 유능한 경제정당 이미지를 부각하려 애썼다. 안보 문제에서도 갇힌 경계를 벗어나려 했다.

햇볕정책을 일부 수정하는 등 정체성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행보를 보였다. 진영논리를 벗어나려는 몸부림 끝에 지지층을 넓힐 수 있었다.

당시 계파 문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에게 아킬레스건이었다. 다만 민주당은 계파에서 자유로운 김종인을 영입해 계파 갈등을 잠재웠다. 반면 새누리당은 직전 총선에서 보여줬던 과감한 행보 하나 없이 ‘진박공천’으로 계파갈등에 휩싸이며 총선 직전까지 압도적이던 지지율이 무색한 결과를 맞는다.

◇경계를 넘었던 YS·DJ=1996년 15대 총선은 정치사에서 가장 파격적인 인재 영입이 이뤄졌던 선거로 꼽힌다. 이념이나 가치관이 다른 인물도 과감히 영입해 유권자들에게 변화의 메시지를 던져 지지층을 넓힌 사례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신한국당은 총선을 위해 김문수, 이재오, 이우재 등 재야 운동권 인사들과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 출신의 정태윤을 전격 영입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 김영춘도 출마시키는 등 파격 행보를 보였다.

거대 보수 정당에서 파장이 일었지만 기득권 이미지를 쇄신하며 외연을 확장한다. 선거 결과 139석을 얻어 선방하는데 특히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로 고전이 예상됐던 수도권에서도 54석을 얻어 30석에 그친 새정치국민회의를 크게 눌렀다.

당시 김대중 총재의 새정치국민회의도 비슷한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국무총리 후보자인 쌍용그룹 상무 출신의 정세균과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대구 출신 판사 추미애를 영입한 게 이때다. 경제와 지역 영역을 가로지는 등 행보로 ‘빨갱이’와 같은 이념공세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1997년 대선 때의 DJP(김대중·김종필) 연합도 당시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파격이었다. 지역연합의 선거공학적 성격이었지만 DJ는 자신의 정적이었던 박정희의 2인자 JP와 손을 잡았다.

야합이라는 비난이 일었지만 DJ는 상대 진영의 색깔론 공세로부터 JP의 방어적인 도움을 받았고, 중도보수층까지 외연을 넓힐 수 있었다. 그 바탕으로 집권 직후 햇볕정책도 추진했고,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했다.

◇21대 총선 미션, 세대·지역 가로지르기=올해 21대 총선에서도 여야 정당들은 유권자들의 표심에 호소할 파격을 구상하고 있지만 실행이 가능할지는 철저히 내부의 각성과 혁신 노력에 달렸다.

지지율이 높은 여당의 변화는 쉽지 않지만 민주당은 지역 경계를 가로질러 확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지역구도를 깨려는 노력은 선거 때마다 해왔지만 올해는 영남권 공략을 위해 새로운 인물들을 과감히 영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계속 전현직 장·차관을 총선에 차출하려는 것도 보수색이 강한 영남권에 전문성으로 호소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장인 윤호중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TK(대구·경북), 서부경남 등 당의 취약 지역에서도 출마하겠다는 인물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 같으면 ‘저런 분’도 우리 당에 와서 출마하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의 분들도 출마를 결심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공정’과 같이 여권이 내세우는 화두를 한국당식의 가치관과 정책으로 재구성해 대안적으로 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또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낮은 젊은층으로 외연을 넓히기 위해 청년 후보 공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당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인 이진복 의원은 “꼰대정당 이미지를 벗으려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색깔을 버리는 과정에 있다”며 “당이 새로 일어서면 좋고 그래도 안되면 젊은이들이 들어와 당에서 새로운 것을 이야기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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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희 기자

안녕하세요. 증권부 조철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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