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 복수하려 여성 납치·살해…28명 '살생부' 만든 살인마 "사형 내려라"[뉴스속오늘]

남성에 복수하려 여성 납치·살해…28명 '살생부' 만든 살인마 "사형 내려라"[뉴스속오늘]

김소영 기자
2026.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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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전과 22범'이었던 김일곤은 살인·사체손괴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사진=뉴시스
'전과 22범'이었던 김일곤은 살인·사체손괴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사진=뉴시스

11년 전 오늘인 2015년 8월24일, 전과 22범 김일곤(당시 48세)이 경기 고양시 한 마트 주차장에서 30대 여성을 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개인적인 복수극에 이용할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중이었으며, 첫 시도가 실패하자 보름 뒤 충남 아산시의 한 마트에서 또 다른 30대 여성을 납치해 잔혹하게 살해했다.

이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의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넣고 불을 지르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

변호인 선임도 거부하며 끝까지 반성 기미를 보이지 않던 김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복수 상대는 남성, 실현 도구는 여성?…마트서 납치 시도

모든 비극의 시작은 그해 5월 초 도로에서 벌어진 사소한 시비였다.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배달 일을 하던 김일곤은 차량 통행 문제로 20대 남성 K씨와 멱살잡이를 했는데, 본인만 50만원 벌금형을 받게 되자 앙심을 품었다.

사건기록을 통해 K씨 집과 직장을 알아낸 김일곤은 석 달간 총 7차례에 걸쳐 그를 찾아가 사과와 함께 벌금을 대신 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흉기를 이용한 협박에도 K씨가 꿈쩍하지 않자 김씨는 그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김일곤은 여성을 납치해 복수에 이용할 계획을 세웠다. 노래주점을 운영하던 K씨에게 납치 여성을 "도우미로 일하고 싶다"며 접근시켜 그를 밖으로 유인하려 한 것. 김씨는 표적을 물색하기 위해 고양시 한 대형마트를 찾았다.

김일곤이 아산 한 대형마트에서 30대 주부를 납치할 당시 CCTV 모습.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유튜브 갈무리
김일곤이 아산 한 대형마트에서 30대 주부를 납치할 당시 CCTV 모습.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유튜브 갈무리

마트에서 주차장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보던 김일곤은 홀로 차에 타려던 30대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조수석에 태웠지만 차가 출발하는 순간 여성이 문을 열고 탈출하면서 실패했다.

김일곤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천안·아산 일대 마트를 돌아다니던 그는 보름 만인 9월9일 아산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주부 A씨(당시 35세)에게 흉기를 들이댔고, A씨를 조수석에 태운 채 차를 몰고 마트를 빠져나왔다.

한 손엔 흉기를, 다른 한 손으론 운전대를 잡은 김일곤은 A씨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자 천안 한 교회 근처 공터에 차를 세웠다. 소변을 보는 척하던 A씨는 곧 살려달라고 외치며 교회 쪽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결국 A씨는 얼마 못 가 김일곤에게 붙잡혀 차로 되돌아왔다. A씨가 아까와 달리 창문을 두드리며 강하게 저항하자 김씨는 인적 드문 길가에 차를 세우고 A씨 목을 졸라 살해했다.

시신 훼손하고 불 질러…자살 위해 안락사 약 구하다 '덜미'
김일곤은 시신을 트렁크에 싣고 전국을 누비다 접촉 사고를 내자 차량을 서울 성동구 한 빌라에 버리고 불을 질렀다.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유튜브 갈무리
김일곤은 시신을 트렁크에 싣고 전국을 누비다 접촉 사고를 내자 차량을 서울 성동구 한 빌라에 버리고 불을 질렀다.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유튜브 갈무리

A씨 때문에 복수 계획이 틀어졌다고 생각한 김일곤은 분노와 함께 평소 품고 있던 여성에 대한 적개심을 A씨에게 투영해 시신을 마구 훼손했다. 그리곤 시신을 트렁크에 실은 채 전국 곳곳을 누볐다.

이 과정에서 김일곤은 다른 차량 번호판을 훔쳐 바꾸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하지만 도주극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틀 만인 9월11일 서울에서 접촉 사고를 낸 김씨는 성동구 모처에 차량을 버리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불을 질렀다.

출동한 소방 당국이 화재 진압 후 차 트렁크에서 A씨 시신을 발견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김일곤을 용의자로 특정했지만 김씨가 선불폰을 사용하며 도망쳐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경찰은 현상금 1000만원을 걸고 공개수배에 나섰다.

납치·살해 사건 발생 9일째인 9월17일 성동구 한 동물병원에서 신고가 접수됐다. 한 남성이 직원들을 흉기로 위협하며 개 안락사 약을 달라고 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병원 인근 길가에서 경찰에 붙잡힌 남성의 정체는 김일곤이었다. 김씨는 흉기를 휘두르며 격렬히 저항했다. 경찰관 2명이 달라붙어 제압하는 동안 한 시민은 흉기를 빼앗았고, 다른 시민은 김씨 다리를 붙잡아 제압을 도왔다.

28명 '살생부' 발견, 사이코패스 판정도…무기징역 확정
흉기 난동 신고가 접수된 동물병원 인근에서 경찰에 검거된 김일곤의 모습.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유튜브 갈무리
흉기 난동 신고가 접수된 동물병원 인근에서 경찰에 검거된 김일곤의 모습.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유튜브 갈무리

당시 김일곤은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삶을 포기할 생각으로 동물병원을 찾아 개 안락사 약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그는 체포 직후엔 "난 잘못한 거 없다. 더 살아야 한다"고 외치며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체포 당시 김씨 주머니에선 28명 이름이 적힌 메모가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김일곤은 차량 시비가 붙은 K씨를 비롯해 의사, 형사, 판사 등 자신에게 피해를 줬다고 생각하는 사람 명단을 만들어 복수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 보도를 통해 김일곤이 강도상해, 절도 등 전과 22범이라는 사실도 드러나며 우범자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김씨는 사이코패스(PCL-R) 검사에서 40점 만점에 33점으로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았다.

당시 김일곤을 면담했던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 권일용은 한 방송에 나와 "K씨에게 훼손된 자존감을 찾으려 피해 여성에게 잔혹하게 화풀이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강약약강 스타일"이라며 "기존 사이코패스와 다르게 패턴도 없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험한 범죄자였다"고 회상했다.

김일곤은 체포 직후 "난 잘못한 게 없다. 더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유튜브 갈무리
김일곤은 체포 직후 "난 잘못한 게 없다. 더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유튜브 갈무리

강도살인, 사체손괴 등 13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일곤은 재판 내내 반성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피해)여성이 내 말만 잘 들었으면 괜찮았을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했을 뿐 아니라 "모든 건 영등포 폭행 사건(K씨) 때문"이라며 끝까지 억울함을 호소했다.

끝까지 남 탓만 일삼던 김일곤에게 1심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잘못을 뉘우치긴커녕 억울함만 토로하고 유족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김씨는 "차라리 사형을 선고하라"며 법정에서 난동을 부렸다.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 역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양측 다 상고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됐으며, 김일곤은 현재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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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기자 김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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