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비상장 소모성자재구매대행사(MRO)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가시화되면서 재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정부가 MRO를 통해 부를 대물림한다며 직격탄을 날리자 MRO 업체들을 두고 있는 LG 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지난 17일 "일감을 몰아줘서 이익을 빼내는 것을 내부거래라고 해서 과세 안 했던 것은 문제"라며 “이런 것은 합법을 가정한 지하경제”라고 비판했다. 임 실장은 또 “세법의 대원칙은 소득이 있으면 실질 과세를 하는 것”이라며 MRO를 통한 내부거래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임 실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LG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방점을 찍고 있는 부분이 ‘비상장사’와 ‘대물림’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MRO 중 삼성의 MRO업체인 아이마켓코리아와 SK그룹 내에서 MRO 업무를 수행하는 SK네트웍스는 모두 상장사다. 또한 포스코의 MRO업체인 엔투비는 지분이 분산돼 있는데다 국민기업 형태라 예외다.
반면LG(84,800원 ▼4,200 -4.72%)의 MRO업체인 서브원은 비상장사인데다 구본무 회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서브원의 지분 역시 구본무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주)LG가 100% 소유하고 있다. 서브원의 경우 2009년과 2010년 각각 250억원과 325억원을 배당했다. 이는 그해 당기순이익의 30.7%와 26.6% 수준이었다. 이는 국내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 12%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구본무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LG의 지분 48.6%(보통주 기준)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서브원 배당금액의 절반 정도는 이들에게 돌아가는 셈이어서 임태희 실장이 지적한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부의 대물림'이라는 타겟에 들어맞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임 실장이 MRO 1위인 LG의 서브원을 타겟으로 삼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LG는 입장 표명을 삼가고, 사태 추이를 관망하고 있는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MRO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 사업영역을 계열사로 한정했다”며 “효율성 등에 대한 판단 없이 모두 일감 몰아주기로 판단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영역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다시 세금까지 물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SK관계자는 “현재 SK네트웍스가 MRO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데 관련 매출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과세가)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며 “다만 사회에서 바라보는 그런 시각들이 있는 점에서 사회에서 생각하는 좋은 방향으로 기업들이 개선책을 찾아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