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국産 애플 VS 미국産 삼성, 배심원 선택은?

[현장+]중국産 애플 VS 미국産 삼성, 배심원 선택은?

오동희 기자
2012.08.24 18:02

한국 법정에서 벌어진 '미국 국적의 애플 VS 한국 국적의 삼성'의 특허 소송은 양측 원고가 각각 승리해 외형적으로는 무승부였지만, 내용적으로는 한국기업인 삼성이 유리한 형태로 결론이 났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벌어지는 '중국産 애플 VS 미국産 삼성'의 특허 소송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중국공장을 기반으로 세계를 석권하는 애플과 미국 내 생산시설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 중 누가 더 배심원에 어필할까.

한국에서의 재판은 철저히 재판부의 전문성과 독자적인 판단으로 이뤄지지만, 배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전문지식보다는 일반적 상식과 법 감정이 상당히 영향을 미쳐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배심의 기원은 여러 가지설이 있으나 12~13세기경 영국을 중심으로 발달한 제도로 법관의 독단을 막고, 그 지역 일반시민의 상식적 판단을 재판에 반영한 제도다.

배심원의 요건이 그 지역 시민으로 제한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만 봐도 12~13세기 당시 해당 지역의 현안을 전문가 1인의 판단에 맡기는 부담을 줄이고, 독단을 막자는 취지가 이 제도에 담겨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외신들이 전하는 내용에서도 배심원들이 기술적 문제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으로 봐서 판결과정에서는 '정서법'이 상당히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기반을 둔 애플이 '코리아'에 있는 삼성보다는 유리한 입장으로 보인다.

기업간 소송에서 그 지역의 기업과, 타 지역 기업 간의 소송에서 그 지역 배심원단의 심리적 동조는 해당지역 기업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오류를 막기 위해 법관은 배심원단의 결정과정에 재판에 제시된 증거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간과한 판단이 나올 경우 평결을 무시할 수도 있는 안전판을 마련해놨다.

하지만 기술특허가 아닌 디자인 특허 등이 쟁점이 될 경우 보는 사람마다 관점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감정적 요인이 개입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배심원들의 심리적 동조를 이끌기 위한 두 기업의 미국 내 투자와 고용활동은 어떨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들을 백악관 저녁에 초대한 자리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CEO에게 "미국에서 아이폰을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의 요지는 애플은 왜 미국 국민들을 고용하는 효과가 있는 '아이폰의 생산시설을 미국에 두지 않느냐'는 것이었고, 이 질문에 대해 당시 잡스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철저한 비즈니스 적인 답변이다.

애플이 최근 미국에서 시설투자 한 것은 5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노스캐롤라이나에 세운 게 거의 유일하다. 이곳의 풀타임 정규직 고용은 고작 100명이다. 반면 중국 공장 등 해외에서는 2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오바마가 자국 내 고용창출을 요구하는 이유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4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는 2500명 정도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오바마에게는 더 고마운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애플이 미국 본사 등에서 생산직이 아닌 근로자를 합치면 4만 3000명 정도를 고용하고 있지만, 이는 한국에서 삼성이 20만명 이상의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봐도 차이가 난다.

치열한 기술논쟁의 사안을 다루는 배심원들이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자국 기업에 대한 단순한 애국심보다는 자국 내에서 누가 어느 정도 기여를 하는지를 잘 감안해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현명한 판단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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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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