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설문조사서 대학생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이젠 북한 고려항공과 비교돼
지난 6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전국 4년제 대학교 재학생 1106명을 대상으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을 묻는 조사를 실시했다. 1위로 꼽힌 기업은 7.1%의 선택을 받은 대한항공이었다. 2위 삼성전자(5.9%)와 득표율 차이도 컸다. 인크루트는 대한항공이 감성마케팅으로 대학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반년이 지난 현재, 대학생들의 꿈이었던 대한항공은 내부 직원들에게 '창피한 회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큰 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의 이른바 '땅콩 리턴'과 후속 대응에 대한 사회적 질타 때문이다.
조 부사장이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을 이륙하려던 KE086편 1등석에서 한 일은 국내 언론은 물론 가디언과 BBC, CNN 등 외신에까지 잇따라 보도됐다.
'땅콩분노(Nut rage)'라는 조어까지 등장했고, 대한항공은 졸지에 북한의 고려항공과 비교되는 신세가 됐다. 일본에서는 조 부사장의 행위를 조롱하는 만화가 나왔다.
무엇보다 내부 구성원들의 상실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조종사는 대한항공 "비행 가방 들고 가기도 창피했다"는 글을 조종사 노조 게시판에 남겼다. 한 직원은 해당 KE086편에서 하기(下機)한 사무장이 스트레스로 4주간 휴가를 냈다는 소식에 "내가 휴가를 내고 싶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는 '오너 리스크'가 증명된 사례다. 하지만 정작 조 부사장 자신은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는 듯하다. 대한항공은 사고가 보도된 지난 8일 저녁 입장 자료를 발표했다. 조 부사장 명의가 아니었다.
조 부사장이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와 지적은 당연하다는 설명이 네티즌을 더욱 흥분시켰다. 교황의 신앙적인 결정은 결점이 없다는 중세의 '교황 무오설'의 현대 한국판인 '오너 무오설'의 신봉자들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튿날 조 부사장은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이 또한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 등기이사 부사장 직위와 계열사 대표이사는 그대로 유지해 잠잠해지면 언제라도 기존의 위치에 복귀할 수 있음 열어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조 부사장은 '오너 일가'이며 대한항공 기장과 승무원들은 조 부사장이 항공기에 탑승할 때마다 '긴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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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미스런 일이 보도된 후 그간 오너 일가가 사내에서 어떻게 '제왕적 권한'을 행사했는지의 내부 제보가 잇따른 것을 보면 대주주 겸 고위 임원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언제라도 터질 것이 이번에 터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식으로서 한식의 위상을 높이는 등 경영자로서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논란은 있지만 이번 사태 역시 기내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노력의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판단력이 결여된 '제왕적 리더십'은 결코 해법이 아니다. 중국 전국시대 위나라 장군 오기의 사례는 이 시대 경영자들이 어떤 리더십을 가져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오기는 일반 병사와 마찬가지로 개인 식량을 짊어지고 행군하고 바닥에서 잠을 잤다. 부하 병사의 등에 종기가 나면 기꺼이 입으로 고름을 빨아서 치료해줬다.
이 소식을 들은 부하 병사의 어머니가 "그 애 아버지가 오기 장군에게 깊은 은혜를 입고 앞장서 싸우다 죽었는데, 아들도 틀림없이 은혜를 갚는다고 용감히 싸우다가 죽을 것"이라며 통곡했다. 이런 리더십을 바탕으로 오기는 위나라 장군으로서 76번 전투를 벌여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현대에도 '오기'와 같은 리더로 지난달 작고한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을 들 수 있다. 취재진은 빈소에서 임직원들이 마치 피붙이가 죽은 것처럼 침통해하던 데 의아해했다.
생전 구 회장이 직원 하나하나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물론, 별명까지 붙여주고, 직원들이 보낸 이메일에 직접 답장까지 해줬다는 회고를 하는 것을 보고 취재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항공 대주주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존의 리더십을 되돌아보고, 대한항공이 '가고 싶은 직장'의 위상을 다시 찾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