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잘못에서 기업과 정부의 유착관계로 비화...단단히 조사해야
'땅콩게이트(Nut-Gate)', 몇몇 외신에서 '땅콩회항' 사건을 이렇게 불렀다. 하지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국토교통부의 조사를 받을 때만 해도 '게이트'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개인의 잘못으로 빚어진 '회항'사건이었다.
'게이트'는 정부 또는 정치권력과 관련돼 일어나는 대형 스캔들, 불법행위를 의미한다. 보통 연루된 사람이 많은 사건에 쓰인다. 이제 '땅콩 회항'은 '땅콩 게이트'로 비화되고 있다.
사건은 점점 커졌다. 조 전 부사장을 향하던 비난의 화살은 그동안 폐쇄적인 문화를 강요한 오너일가로 향했다. 이제는 대한항공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국토부가 '땅콩게이트'에 휘말렸다.
검찰 조사 대상도 넓어졌다. 사건 당시 기내에 있었던 기장과 승무장 외에 객실승무를 담당하던 여모 상무, 박모 대한항공 법무실장까지 조사를 받아야 했다. 여기에 대한항공 조사에 참여한 국토부 조사관도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지난 24일 검찰은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여 상무는 조 전 부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 진술 등을 강요하고, 증거를 인멸했다는 혐의다.
이와 함께 국토부 항공철도조사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현장에 있던 김모 조사관을 그 자리에서 체포했다. 김 조사관은 조사 내용을 여 상무에게 알려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받고 있다.
김 조사관은 15년간 대한항공에서 객실승무원으로 일했다. 여상무와도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조사관은 '땅콩회항'을 조사하면서 여상무와 수시로 통화했다.
개인의 잘못에서 시작한 '땅콩 회항'은 기업과 정부의 유착 관계로까지 커졌다. 기업의 위법행위를 감시하고, 제재해야하는 공무원이 대한항공과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한 것이다.
국토부 조사에 동석했던 여상무는 검찰 조사에서도 조사실에 들어가려다 제지를 당했다. 국토부에서는 당연히 통했던 것이 검찰에서는 먹히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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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업계에서는 항공사와 국토부 간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의 눈길을 보내왔다. 이제는 단순히 '땅콩회항'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있었던 유착관계를 단단히 조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 사고에 대한 국토부의 행정처분 과정에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면서 "악법도 법"이라며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악법'이 아닌 '법'의 준수여부를 따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