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파격, 최태원의 실험[우보세]

박현주의 파격, 최태원의 실험[우보세]

최석환 기자
2021.11.09 04:5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미래에셋 사옥
미래에셋 사옥

2018년 상반기 한 증권사 직원이 업계 안팎을 발칵 뒤집어놨다. 총 22억원이 넘는 보수로 한국투자증권 오너 일가와 최고경영자(CEO)보다 많은 금액을 받으며 30대 고액연봉 신화를 쓴 김연추 한국투자증권 차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그해 말 20억원의 성과급을 포기하고 미래에셋증권으로 옮기며 3년간 100억원의 연봉 계약과 함께 차장에서 상무보로 초고속 승진해 화제를 뿌렸다.

그리고 3년 뒤 '김연추'란 이름은 다시 증권가를 달궜다. 최근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미래에셋금융그룹 인사명단에 올라서다. 미래에셋증권 파생부문 대표로 1981년생인 그는 만 40세에 전무로 승진하며 올해 인사의 상징이 됐다. 실제 김 전무를 필두로 1977년생(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과 1978년생(신동철 미래에셋자산운용 해외부동산부문 대표) 상무가 전무 대열에 합류하면서 임원급 중심이 1960년대생에서 1970년대생으로 빠르게 교체됐다. 1968년생(김응석 미래에셋벤처투자 대표)과 1969년생(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부동산 부문 대표) 사장 2명도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미래에셋증권(61,600원 ▲8,200 +15.36%) 내 지역본부장급은 모두 보직을 잃었다. 내부에선 "완성차업계 노조가 정년을 65세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에 파격을 보여준 인사로 업계 안팎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이를 두고 미래에셋측은 과감한 세대교체와 성과위주의 발탁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업계에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박현주 회장의 승부수로 보는 시각에 무게가 실렸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있는 재계에서도 미래에셋의 이런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질지 관심사다. 4대그룹 중에선 LG(95,700원 ▼500 -0.52%)그룹이 신호탄을 쐈다. 지난달말 그룹 2인자인 권영수 ㈜LG 부회장을 LG화학(324,500원 ▼12,000 -3.57%)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한 것. 사업측면에선 대표 교체를 통해 지연되고 있는 IPO(기업공개)에 속도를 내고 신성장동력인 배터리(이차전지)에 힘을 싣겠단 의도지만, 인사측면에선 후임 연쇄 이동 등을 통해 취임 4년차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조직 물갈이가 예고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그룹도 이재용 삼성전자(181,200원 ▲2,600 +1.46%)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컸던 만큼 조직 및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린 대대적인 인사혁신이 필요하단 안팎의 목소리가 크다. SK(349,500원 ▲7,000 +2.04%)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지배구조 혁신 실험이 눈길을 끈다. 사실상 총수의 인사권을 각 계열사의 이사회로 넘긴 만큼 경영진 변화의 폭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이미 정의선 회장 체제가 갖춰진 현대차(499,000원 ▼7,000 -1.38%)그룹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올해 내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조직문화 개선 요구가 거셌다는 점에서 인사를 통해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변화든 안정이든 각 기업의 선택엔 내년과 미래의 성패가 달렸다. 벌써부터 4대그룹 임원 인사의 명단과 의미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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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환 기자

"위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던 셰익스피어의 말을 마음에 담고, '시(詩)처럼 사는 삶(Deep Life)'을 꿈꿉니다. 그리고 오늘밤도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적어둔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란 글을 곱씹으며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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