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깨진 '스타벅스' 강성 노조 택한 '현대차'[우보세]

무노조 깨진 '스타벅스' 강성 노조 택한 '현대차'[우보세]

최석환 기자
2021.12.14 05:05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버펄로=AP/뉴시스] 9일(현지시간) 미 뉴욕주 버펄로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이곳 직원들과 지지자들이 노조 결성 찬반 투표 가결에 환호하고 있다. 이 매장 직원들은 찬성 19, 반대 8로 노조 결성 투표를 가결해 50년간 무노조 경영을 해 온 미국 내 스타벅스 매장 최초로 노조가 생기게 됐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타 매장에서도 노조가 결성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21.12.10.
[버펄로=AP/뉴시스] 9일(현지시간) 미 뉴욕주 버펄로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이곳 직원들과 지지자들이 노조 결성 찬반 투표 가결에 환호하고 있다. 이 매장 직원들은 찬성 19, 반대 8로 노조 결성 투표를 가결해 50년간 무노조 경영을 해 온 미국 내 스타벅스 매장 최초로 노조가 생기게 됐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타 매장에서도 노조가 결성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21.12.10.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버펄로 지역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선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미국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 주관으로 진행된 직원들의 노동조합(노조) 결성 찬반투표에서 찬성 19표, 반대 8표가 나오며 50년간 고수해온 스타벅스의 무노조 경영이 깨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NLRB가 이 투표 결과를 최종 승인하면 스타벅스에선 1971년 설립 이후 첫 노조가 탄생하게 된다. 이를 두고 현지에선 2030이 주축이 된 MZ세대(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들이 자신들의 권리(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를 지키기 위한 연대를 통해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비슷한 움직임은 한국에서도 나타났다. 노조가 없는 스타벅스코리아 직원들이 검은 전광판이 장착된 흰색 트럭을 활용해 한국 진출 22년만에 처음으로 단체행동(시위)에 나선 것.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과 세계 커피의 날을 기념해 '리유저블컵(다회용 컵)'을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한게 발단이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판을 중심으로 과도한 마케팅 이벤트로 업무 강도가 높지만 월급은 적고, 인력난에 시달리며 '소모품'처럼 일하고 있다는 2030 직원들의 호소가 줄을 이었고 참았던 불만이 터져나왔다. 스타벅스코리아측은 최고경영자(CEO)의 즉각적인 사과와 함께 '트럭시위' 10일만에 대규모 신규채용(1600여명) 계획과 임금체계·근무환경 개선책을 내놨다.

이런 MZ세대의 목소리는 올해 대기업 노조의 변화도 주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성 노조의 상징인 현대차그룹이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모이자"는 제안이 나온지 40여일만에 일사천리로 설립된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가 기존 기능·생산직 위주의 노조에 반기를 든게 물꼬를 텄다.

그룹 내 분위기는 달라졌다. 20대 노조위원장을 중심으로 MZ세대가 주축이 된 현대차(499,000원 ▼7,000 -1.38%)그룹 사무·연구직 노조는 '공정한 성과 보상'을 전면에 내걸었다. 이어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 핵심 요구안에 정년연장(최장 만 64세)을 포함시킨 것에 반대하며 기본급 인상과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이 우선이라고 못을 박았다. 한 MZ세대 직원은 복지 문제 개선을 위해 사내급식 부당지원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을 청와대에 올리기도 했다.

이달 7일에 실시한 현대차 노조 차기 집행부를 뽑는 선거도 같은 맥락으로 치러졌다. 2019년 당선 이후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을 이끌었지만 MZ세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한 이상수 전 노조위원장은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대신 '강한 노조'를 표방하며 신입사원 초임 인상·호봉표 개선·선진 연구환경 조성 등 MZ세대를 타깃으로 공약을 제시한 안현호 후보가 새 노조 대표로 선출됐다. 이제 공은 "파업도 불사하겠다"며 강성 집행부를 약속한 신임 노조위원장과 "직원들의 박탈감과 실망감을 알고 있다"던 정의선 회장에게 돌아갔다. 과거와 다른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화두로 던진 MZ세대에게 어떤 답을 줄 수 있을지에 현대차그룹의 생존과 미래가 달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석환 기자

"위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던 셰익스피어의 말을 마음에 담고, '시(詩)처럼 사는 삶(Deep Life)'을 꿈꿉니다. 그리고 오늘밤도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적어둔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란 글을 곱씹으며 잠을 청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