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중국을 상대로 예정대로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중국이 즉각 맞불을 놓으며 '글로벌 관세 전쟁'이 시작됐다. 멕시코 등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한국 기업 피해가 우려된다.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무역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경우 우리 수출 기업 상당수가 피해를 볼 수 있다.
미국은 4일(현지시간)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 중국에 추가 10% 관세 부과를 각각 시행했다.
캐나다·멕시코는 종전까지 대부분 품목이 무관세였지만 이번에 새로 25%를 적용받게 됐다. 중국은 지난달 시행된 10% 추가 관세에 이번에 10%가 더해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 대비 총 20%의 관세가 더 부과된다.
멕시코는 단일 국가 기준으로 미국에 가장 많은 자동차를 수출하는 국가다. 멕시코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한국 기업은 이번 관세 정책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하다. 기아의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은 연간 4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췄으며, 지난해 약 25만대를 생산했다. 지난해 이 공장에서 생산한 준중형 세단 'K4' 12만대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와 현대트랜시스는 몬테레이 공장 인근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 현대차·기아 북미 생산 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관세 부과 대응책으로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가장 먼저 꼽는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엘라배마와 조지아에 공장을 운영 중인데, 연간 생산능력은 각각 36만대로 총 70만대에 달한다. 여기에 조지아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생산능력을 50만대로 끌어올려 120만대의 현지 생산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다만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171만대다. 현지 생산으로 모두 대응하기 어려워 추가로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일부의 이익률을 낮추거나 가격을 올려야 한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이날 주주서한에서 "친환경차 모델 경쟁력과 민첩하고 유연한 사업·생산 체제 개편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기아에는 시장 내 상대적인 지위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우리 가전 업체도 영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TV, 케레타로 공장에서 냉장고·세탁기 등을 생산한다. LG전자는 멕시코 레이노사(TV), 몬테레이(가전), 라모스(전장)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는 세계 여러 국가의 생산 거점을 활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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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글로벌 관세 전쟁'에 따른 우리 기업 간접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25% 관세 부과에 나서자 캐나다는 "1550억캐나다달러 규모 미국 상품에 25% 관세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미국이 원산지인 농축산물과 수산물에 대해 10~1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관세 전쟁이 심화·장기화하면 세계 교역이 위축돼 우리 수출 전반이 타격을 받는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 조정하며 주요 원인으로 미국의 관세 정책을 들었다. 중국·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가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등 글로벌 무역전쟁이 격화하면 올해 성장률이 1.4%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관세 인상은 물가를 끌어올려 소비가 줄고 결국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런 메커니즘에 따라 세계 경제가 일부 침체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 입장에서 볼 때 관세 인상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는 바로 나타날 수 있다"며 "반면 관세 정책을 활용해 미국 내 공장을 유치한데 따른 긍정적 효과는 나중에 나타나기 때문에 지금의 미국 관세 정책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