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치고받는 美中
반도체 생산에 희토류 필수, 통제 장기화 땐 칩 납기지연
전기차 K밸류체인도 '흔들'…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증폭

중국이 꺼낸 희토류 수출통제 카드에 미국이 '추가 관세 100%'로 맞서자 국내 산업계도 초긴장 상태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이 수출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로봇, 풍력 등 첨단산업에 폭넓게 활용된다. 문제는 중국이 희토류 전세계 채굴량의 약 70%, 정제량의 90%를 점유한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희토류 채굴, 제련, 영구자석 제조, 2차 자원 재활용 기술 등에 대한 수출통제 방침이 뼈아픈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계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희토류는 반도체 웨이퍼 연마작업 등의 필수원료다. 일단 국내 기업의 경우 충분한 희토류 재고를 확보한 상태다.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납기지연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수출허가를 위한 추가적인 서류작업 등의 부담도 증가한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는 전기차 K밸류체인을 흔들 수도 있다. 희토류가 전기차·하이브리드차용 모터의 핵심부품인 구동모터코아 등을 위한 주요 소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은 미국·호주·베트남 등으로 희토류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하지만 아직까지 업계 전반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게 현실이다. 이외에 희토류는 풍력터빈용 고출력 자석, 광학레이저와 레이더장치 등에도 광범위하게 쓰인다. 관련 기업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트럼프행정부가 맞불카드로 내세운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100%'가 현실화한다면 글로벌 무역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주고 우리 기업들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이미 미국이 '관세폭탄'을 본격화한 지난 4월 이후 국제무역이 위축되고 있다. 지난 2분기 글로벌 교역량은 3개월 연속(-0.9%, -0.4%,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는 두 달 전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법인의 VEU(검증된 최종사용자) 지위를 철회한 것과 같이 수출제한 조치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VEU 철회로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등을 반입하려면 미국으로부터 개별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발표 역시 남겨둔 상태다.
트럼프행정부는 중국 조선·해운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밖에서 건조한 자동차를 운반하는 선박의 입항수수료를 당초 예고보다 3배 이상 높이기도 했다. 이들 선박의 입항수수료는 14일부터 순톤수(화물이나 여객화물에 사용되는 공간의 용적) 기준 톤당 46달러가 부과된다. 이 경우 국내 최대 자동차 운반선 선사인 현대글로비스는 7000CEU(1CEU는 차 1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 단위)급 기준 선박 1척당 연간 64억원가량의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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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 기조는 더욱 강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연합(EU)은 철강 무관세 쿼터를 총 1830만톤(지난해 대비 약 47% 축소)으로 제한하면서 쿼터 초과분에 대한 관세율을 25%포인트 상향(25%→50%)키로 했다. 미국으로부터 이미 철강관세 50%를 부과받아온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는 최악의 경우 EU로부터도 고율의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한국무역협회는 EU의 철강관세 방침에 대해 "봉합국면이던 EU-미국 양자간 통상마찰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