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고 싶다면 함께 가라"

"멀리 가고 싶다면 함께 가라"

김유림 기자
2011.03.14 08:03

[머투초대석]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지난해 국내 화장품 산업 수출액은 400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6.3% 신장했고 수입액은 8340억원으로 집계돼 1.4% 감소했다. 수입 화장품을 선호하던 소비자들이 국산 화장품의 높은 품질력을 인정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데다 중국과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같은 주요 화장품 기업들도 이런 분위기를 발판으로 중국 등 해외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오는 2013년까지 한국 화장품 산업을 세계 10위권(2010년 기준 12위)에 올려놓겠다는 정부의 청사진도 현재로선 낙관적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단 열매를 맺을 수 있듯, 이 같은 국내 화장품 산업의 비약적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기업이 있다. 한국 화장품이 유럽이나 일본 제품 못잖은 제품력을 갖췄다고 인정받게 되기까지 끊임없는 연구 개발에 매진한 기업, 바로 한국콜마다.

한국콜마(8,870원 ▼310 -3.38%)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과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등 이른바 '브랜드숍'에 화장품을 개발, 공급하는 ODM 업체다. '제조업자 개발생산(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방식'을 뜻하는 ODM은 단순히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납품 업체가 아니라 제조업체가 독자적으로 제품을 연구·개발(R&D)해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단순 하도급 형태인 주문자상표부착표시생산(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방식과 구별된다. 국내 화장품 업계에 'ODM'이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한 기업이기도 하다. 국내 3위권 제약회사인 대웅제약의 부사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불혹을 넘은 나이에 한국콜마를 창업한 윤동한(65) 회장을 만나봤다.

- 최근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어 한국콜마에도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 한국콜마도 올해 중국에서 본격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중국 시장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말씀해 주신다면.

▶ 올해는 한국콜마가 중국 시장에서 이익을 창출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수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고 아직 기술이 부족한 곳이어서 한국콜마가 진출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아 보입니다.

한국콜마의 중국 시장에서의 전략은 우리를 활용해서 중국에서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이 돈을 벌게끔 만들어 준다는 겁니다. 기술도 이전해 주고 같이 시장도 개척하면서 우리를 통해 파트너 기업이 돈을 벌고 우리도 잘 되는 것이 중국 시장 전략의 큰 틀입니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생활용품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고전했습니다. 우리 보다 더 쉽지 않은 중국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는 방법은 중국 기업과 '윈윈'을 추구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희가 기술 지도를 해 준 중국 화장품 업체 '프로야'는 이를 바탕으로 20위권에서 최근 5위권까지 도약했습니다.

- 비교적 늦은 나이에 한국콜마를 창업하셨고 또 하청업체라 보기에 기술 개발에 노력을 많이 기울이시는데 어떤 소신이 있으신가요

▶ OEM은 단순 하청입니다. 대기업과의 임금 차액을 놓고 생존하는 기업 형태죠. 이런 기업에게는 미안하지만 미래가 없습니다. 기술을 개발해야 궁극적으로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고 우리 제품을 팔 수 있습니다. 한국콜마는 매출이 2000억원대 작은 기업이지만 매출의 6% 이상을 연구 개발에 투자하고 전체 인력의 20%가 연구 개발 인력입니다. 우리를 찾을 수밖에 없게 하려면 기술이 해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에 화장품을 납품하는데 '한국콜마'의 이름은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왜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마케팅을 안 하시나요.

▶ 비교적 늦게 창업했기 때문에 당시 생각은 가장 큰 화장품 회사를 따라갈 수는 없다는 거였습니다. 대신 그 기업을 잘 도와주고 그 기업을 통해서 어떻게 잘 될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 출발점이었죠.

그 회사들이 잘 되려면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줘야 하고 우리가 해야 하는 역할은 품질 좋은 제품,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는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마케팅 활동은 우리의 클라이언트 고객사들이 할 일입니다. 우리는 그 기업들이 잘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주는 일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마케팅 활동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 인재를 강조하는 '유기농 경영(직원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 나갈 수 있도록 기업과 최고경영자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성과가 나타나도록 이끌어가는 과정)'을 강조하시는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

▶ 명심보감에 보면 '天不生無祿之人(천불생무록지인)하고 地不長無名之草(지부장무명지초)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하늘은 재능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는 말이죠. 모든 사람은 고유한 능력이 있습니다. 고유한 능력을 어떻게 찾아내서 거기에 적합한 일을 주는지가 경영자의 사명이죠.

또 '빨리 갈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갈려면 같이 가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기업이란 게 돈만 있다고 굴러가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투자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 평소 '역사'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하시고 강연도 나가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이유가 있다면요. 또 역사와 경영을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까요.

▶ 역사책은 과거의 어떤 상황 속에서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의사결정을 수록한 것이라 할 수 있죠. 역사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겁니다. 저는 현재 동시대의 사람들이 과거의 사람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더 뛰어난 게 아니란 거죠. 삐삐가 있은 다음에 휴대폰이 나왔습니다. 양력을 발견한 다음에 비행기가 나온 거구요. 옛날 사람들이 만든 것을 바탕으로 우리는 그 다음 단계의 것을 만들 뿐입니다.

역사의 인물들이 왜 이런 의사결정을 했을까 고민하고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에요. 저의 의사결정에도 많이 참고합니다.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인물은 통일신라를 이룩한 김춘추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나라를 끌어들여 삼국을 통일한 김춘추를 폄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김춘추로 인해서 우리 국토가 만주를 잃고 면적이 줄었다고요. 하지만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김춘추로 인해 우리 국토의 지형이 어느 정도 정해졌고 그 이후에도 그 국토 지형은 지켜졌습니다. 하지만 만주 지역은 끊임없는 흥망성쇠의 연속이었죠. '지금 할 수 있는 것, 지킬 수 있는 것, 최선의 것'에 정성을 다하자는 저의 경영관과 일면 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 굴지의 제약회사에서 고위 임원까지 지냈다가 마흔을 넘겨 창업하시고 업계 1위 기업으로 일구셨는데 인생의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신다면.

▶ 다시 어떤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제가 해 줄 말이 있다면 '과거와 철저히 단절하라'는 것입니다. '내가 왕년에 OO였는데...' 생각하는 순간 모든 일이 어그러집니다. 저 역시 직원 4명과 회사를 설립했을 당시 어려운 일이 참 많았지만 과거를 잊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경영했던 것이 오늘까지 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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