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사드보복한 중국, 역지사지부터 해야

[우보세]사드보복한 중국, 역지사지부터 해야

조성훈 기자
2019.05.08 05:00

"이미 수조원을 날렸는데 사업을 재개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중국이 수틀리면 다시 중단되지 말라는 법도 없는데요."

최근 중국 정부가 2년가량 중단된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의 테마파크 조성사업공사 재허가를 내준 것과 관련 롯데 측 반응은 싸늘하다. 롯데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공사재개 여부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단순히 공사재개가 여의치 않다는 부정적 뉘앙스뿐 아니라 중국 정부에 대한 원망의 속내도 담겨있다. 소원해진 한중관계 복원을 위해 중국이 나섰다는 일부 언론보도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그만큼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해 롯데가 입은 상처가 깊다는 뜻이다.

돌이켜보면 롯데의 반응을 수긍할만하다. 선양 롯데타운 사업은 3조원 가량을 투입해 쇼핑몰과 호텔, 테마파크,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중국판 롯데월드 조성 프로젝트였다. 완성되면 한중협력의 상징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2017년 사드 사태로 일순간 모든 게 바뀌었다. 사드부지로 롯데가 운영하는 성주골프장이 선택되면서 괘씸죄에 걸려 중국 내 사업이 올스톱됐다. 정부의 요구에 마지못해 따른 대가가 너무 참혹했다. 중국 내 롯데마트와 백화점은 각종 트집이 잡혀 정상영업이 어려웠고 결국 헐값에 처분됐다. 그나마 버텨온 음료와 제과공장도 최근 문을 닫았다. 수조원을 허공에 날렸다. 선양 롯데타운 역시 백화점, 영화관만 오픈했을 뿐 2018년 완공목표였던 테마파크와 아파트, 호텔공사는 기약없이 연기됐다.

그런데 폐허처럼 방치된 공사장 건물을 2년 만에 다시 지으라 하니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롯데가 입은 손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한국행과 롯데면세점과 롯데호텔 이용금지 조치는 풀리지도 않았다. 중국의 사업허가 조치가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미중무역분쟁으로 인한 수출부진과 6%대로 떨어진 경제성장률에 다급해진 중국 정부의 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성장률 반등을 위해서는 내수를 살려하는 데 특히 경기침체가 심각한 동북 3성 지역은 해외직접투자가 시급해 롯데타운 공사를 마지못해 허가했다는 것이다. 사드갈등으로 경색됐던 한중관계 복원의 신호탄이라고 애둘러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중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선택으로 봐야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사업재개가 득일지 실, 그리고 자존심을 접어야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롯데의 몫이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중국 정부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건 화해의 손을 내밀건 간에 한국기업에 가했던 보복행위에 대해서는 최소한이라도 유감을 표하고 분명한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드사태 이후 한국기업들은 중국 대신 동남아 국가를 투자처로 먼저 검토한다. 중국이 진정 한국과의 경제협력 관계 복원을 원한다면 역지사지(易地思之)부터 해야한다. 그게 화해의 순서이며 도리다.

조성훈 산업2부 차장
조성훈 산업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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