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한 사색을 위해 조용히 이용해주세요."
지난달 30일 오후 2시에 찾은 경기 양평 '스타벅스 더양평DT점'엔 평일 낮인데도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공간 때문에 입소문이 난 매장이다. 지난 6월20일 스타벅스 코리아가 야심차게 선보인 '사일런트룸(Silent Room)' 얘기다. 여기저기 인파를 헤치고 3층으로 올라가 매장 끝쪽으로 걸어간 뒤 2m가 넘는 갈색 문을 열고 들어가야 나오는 이곳에선 이름(Silent·조용한)에 걸맞게 대화를 하면 안된다. 사일런트룸 앞 표지판에 △대화 시 일반석 이용 △개인 콘텐츠 재생 시 이어폰 착용 △전자기기 매너모드 필수 △운영 취지 위반 시 좌석 이동 요청 등 안내 사항이 적혀 있는 이유다.

실제로 이날 사일런트룸을 가득 채운 19명은 정숙하게 모두 말없이 각자 할 일을 했다. 책을 읽거나 이어폰을 꽂고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통창 앞에 펼쳐진 남한강 풍경을 바라보며 '물멍'하거나 통창 밖 모닥불로 '불멍'하는 고객도 여럿 있었다. 한 부부는 휴대폰 메모장에 할 말을 적어가며 소리 없이 대화를 나눴다. 한 여성은 룸으로 들어가기 전에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들에게 '조용히 해야 한다'며 주의를 주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문을 여닫거나 책 넘기는 소리,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음악 등만 들릴 뿐이었다. 그렇다고 독서실처럼 극도로 소리가 발생하는 것을 제한하진 않는다. 공간에 퍼지는 음악도 유튜브 채널로 유명한 'essential;(에센셜)'과 협업한 작품으로 은은하게 깔렸다.

앞서 스타벅스는 기존 외부 테라스와 연결된 이 공간을 사일런트룸으로 재단장했다. 2020년 문을 연 첫 '스페셜 스토어'인 만큼 인근 남한강변에 즐비한 커피 전문점들과 차별화된 콘셉트로 탈바꿈하겠단 차원이다. 이를 위해 풍경을 보면서 사색과 휴식, 명상 등을 즐기고, 각 시간대와 계절별로 음악을 큐레이션해주고 책도 비치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일상과 단절된 경험을 주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각인시키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활용했다. 조용한 환경을 만들고자 방음 시설로 꾸몄고, 방음문은 물론 천장과 벽면에도 흡음 기능이 있는 자재를 활용했다. 통창엔 에센셜과 스타벅스의 로고를 더한 행잉 배너를 설치했다. 이는 감성적인 특징으로 유명한 에센셜의 썸네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47평 규모로 조성한 공간엔 남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게 좌석 12개를 계단식으로 배치했다. 좌석도 2명이 앉을 수 있는 너비로 탁자와 함께 마련했다.
'이색 핫플(핫플레이스)'로 부각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도 좌석 12개가 금세 다 찼다. 그냥 룸만 둘러보다가 자리가 없어 다른 곳으로 옮겨 간 손님들만 20여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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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이런 시도는 일정 기간 전자 기기 사용을 멈추는 '디지털 디톡스'란 트렌드와 맞닿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연결 사회에 노출됐다가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터넷, 전자기기 등과 잠시 멀어지려는 경향이 커지면서 휴대폰과 대화를 금지하는 식당 등 단절과 휴식을 권하는 공간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사일런트룸 외에도 '스페셜 스토어'만의 특색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현재 북한강(경기)과 여수(전남), 제주, 춘천(강원), 경동시장(서울) 등 전국적으로 12개 매장에 들어선 스페셜 스토어는 특별한 장소에 스타벅스의 정체성을 더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매장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사일런트룸의 고객 반응을 살피고 있다"며 "앞으로도 각 스페셜 스토어에 어울리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