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리더들의 분노의 합창

[MT시평]리더들의 분노의 합창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 교수
2011.07.1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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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달 사이 우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리더들로부터 동시에 쏟아져나온 분노에 가득찬 목소리를 듣고 있다. 정부의 수장인 이명박 대통령의 우리나라 공직사회 전체가 썩었다는 질타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LG전자의 구본준 회장의 부패가 생각보다 더 넓게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며칠을 사이에 두고 연달아 합창처럼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 갑작스러운 분노의 합창이 갖는 공통점은 부패에 관한 인식이 조직 내부의 정상적인 절차나 제도를 통하지 않고 외부에서 제기되었다는 점이다.

조직 내부의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어느날 갑자기 부패에 관한 분노가 폭포수처럼 쏟아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한국의 부패인식지수가 2009년과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OECD국가 평균인 6.97점에 훨씬 못미치는 5점대 중반에 머무른다는 사실을 고려보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이제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발전해왔다는 정부의 자신감, 너무 차가워서 정이 가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기업으로 알려진 삼성그룹, 정도경영을 꾸준히 실천해온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온 LG그룹. 리더의 질타 한 마디에 지금까지 조직의 성공에 기여해온 조직 구성원들의 명예는 급전직하로 떨어져버렸다. 어떻게 이런 반전이 일어났을까.

유명한 궐련연구가 키프니스(Kipnis)는 권력을 성공적으로 행사하다보면 자신을 보는 관점이 바뀌고 도덕성에 대한 생각도 바뀌게 된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이루어놓은 1등주의와 뛰어난 실적은 오만함을 키우는 자양분으로 바뀌고 만다. 우수한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잘못은 '규정을 혹은 법을 약간 위반하는 것일 뿐'이라는 자기 정당화에 빠지게 된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언제나 상대적일 뿐이라는 사고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가, 삼성이, 그리고 LG의 구성원들이 조직의 잘못에 어떠한 방식으로 대처해왔는지 이번 기회에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이러한 리더들의 분노와 일벌백계의 다짐에 대해 여러 해석이 제시된다. 단순히 부정부패를 없애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체질을 전면적으로 확 바꾸려는 의도를 가지고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해석을 가장 타당한 것으로 여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룩한 성공의 달콤함에 빠져 있는 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잘 나갈 때 모두가 안심하고 있을 때, 변화를 강조하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기도 하다.

이러한 리더의 분노의 합창을 보면서 드는 아쉬운 생각은 왜 이명박 대통령만이, 이건희 회장만이, 구본준 회장만이 이런 문제를 직시하고, 제기하고, 조직을 뒤흔들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왜 리더가 이런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조직 구성원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고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일까.

최근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은 예일대학의 포도니(Podolny) 학장을 초빙해 잡스 이후 애플의 성공DNA를 제도화하기 위해 이른바 애플대학을 설립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잡스와 같은 통찰력을 가진 후계자를 제도적으로 양성하는 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혁신의 실천을 자신만이 아닌 조직의 구성원 모두의 일로 만드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임을 이번 부패척결 의지와 함께 새겨볼 일이다.

부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벌백계 정신으로 경영자를 비롯한 사람들을 바꾼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을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금 우리는 리더를 포함한 모든 조직 구성원이 함께 반성하고 고통을 나누고, 조직의 구조적·문화적 현상을 면밀히 분석하고 변화를 실천해야 하는 대단히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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