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억 5000만명 VS 1700만명'.
지난해와 올해 한국을 대표하는 히트상품과 관련된 숫자다.
후자는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선 영화 '명량'의 관람객 숫자다.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강한 애국심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관객 1700만명을 넘어섰다.
외국영화인 아바타가 보유하고 있던 국내 관람객 최다 기록(1362만명)을 깼다며 한국 영화의 우수성과 관객 동원력에 많은 이들이 뿌듯해 하고 있다. 약 1만원의 관람료로 선택한 우리 문화상품에 1700만명이 몰렸으니 자랑스러울 법도 하다.
그렇다면 이보다 260배 이상(4억 5000만명) 많은 소비자들이 선택한 한국 상품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자부심은 어떨까.
지난 4일 독일 베를린 등 전세계 3곳에서 동시에 진행된 삼성전자 갤럭시4 등의 언팩 행사와 지난 9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애플의 아이폰6와 애플워치 출시를 바라보는 국내 일부 소비자들의 반응은 히스테릭하게 극명하다.
삼성전자가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갤럭시 기어2에 탑재한 것에 무덤덤하던 '애플 애호가'들은 OLED보다 이전 기술인 LCD(일명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애플워치에 사파이어 유리를 씌운 것에는 혁신보다는 전통적의 멋을 택했다며 명품의 기품이 깃들었다는 평을 한다.
갤럭시 기어1과 비슷한 모습에는 "원래 시계라는 게 그런 모양 아니겠느냐"며 삼성전자에 소송을 제기했던 '사각형의 둥근 모서리 디스플레이' 특허소송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들이다.
이 같은 일부 네티즌들의 편협한 반응은 국내 기업을 보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글로벌 경쟁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탄소배출권거래제 도입(미국, 중국은 미도입)이나, 사내유보금 과세 등 각종 규제는 네티즌들의 반응과는 또 다른 실질적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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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들이 영화 관람료의 수십배를 지불하며 채택한 한국 제품에 대한 자부심은 영화 '명량'에서 느꼈던 것에서 훨씬 못 미친다.
애플에 열광하고, 한국기업들에게는 비판의 칼날을 거침없이 휘두르는 국내 네티즌들이 한둘이 아니듯 글로벌스탠더드와는 다른 규제도 부지기수다.
삼성과 LG는 스마트폰 부문에서 미국 애플과 중국 샤오미, ZTE 등과 경쟁하고 있고, TV 부문에서는 일본 샤프, 소니, 파나소닉, 중국 하이얼, 창홍 등과 싸우고 있다. 현대차는 일본의 토요타나 미국의 포드, 독일의 벤츠 등을 추격 중이다.
한국의 조선산업은 이미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고, 포스코도 중국과 일본 철강업체들과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
경제전쟁은 현실이다. 한국 기업의 발전을 위한 건전한 비판은 약이 되고, 필요한 규제는 발전의 밑거름이 되겠지만, 무분별한 비판이나 남들과 다른 규제는 기업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에 독이 된다.
애플이 대한민국의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없다거나 미국과 '애플제국'의 이익에 충실하다고 매도하자는 게 아니다. 삼성-현대차가 한국 기업이니 무조건 지원해주자는 애국심 마케팅을 하자는 얘기도 더더욱 아니다.
다만 삼성전자나 현대차, SK, LG, 포스코 등 우리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에 힘을 낼 수 있도록 최소한 불필요한 논쟁이나 뒷다리잡기는 하지 말자는 얘기다.
최근엔 한국대표 기업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에 휴대폰 1위 자리를 내줬다는 소리도 들린다. 토요타는 엔저를 기회로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를 몰아내려하고 있다.
왜적의 침입에 금수강산을 지키려 나섰던 이순신의 수군처럼 '글로벌 경제전사'인 대한민국 기업들이 전장에서 전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금은 질타나 규제보다는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순간 방심하고, 삐끗하면 경쟁에서 낙오해 천 길 낭떠러지로 내려앉는다. 국내 기업이 낙오한 후에 되돌릴 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