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실성 없는 5억짜리 ‘짜집기’ 연구안

[기자수첩]현실성 없는 5억짜리 ‘짜집기’ 연구안

세종=유영호 기자
2016.05.20 05:10

현실성 없는 5억원 짜리 ‘짜깁기’ 보고서”

1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제출 받아 공개한 ‘해외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 연구안’을 본 에너지공기업 고위 관계자의 평가다.

연구안은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 △석유공사 자원개발 기능 민간 이관 △석유 자원개발 전문회사 신설 △석유공사 자원개발 기능 가스공사 이관 △석유공사·가스공사 통폐합 등 4개의 구조조정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4개안 모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선 석유공사의 자원개발 기능과 자산을 민간으로 넘기는 것은 ‘대기업 특혜’ 논란이 일까봐 이명박정부에서도 검토했으나 백지화됐던 안이다.

전문회사 설립은 일본식 구조조정 사례인데 민간의 자원개발 역량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민간이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에너지공기업의 대형화를 추진해 온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

석유공사의 자원개발 기능을 그나마 상황이 나은 가스공사로 이관하거나 아예 통폐합 하는 것은 현실성이 더 떨어진다. 조직·인력·부채 문제는 물론이고 상장기업인 가스공사 주주들의 반발에다 동반 부실의 위험도 있다.

4개안 모두 십여년 동안 에너지공기업 구조조정 얘기가 나올 때마다 부간된 ‘단골’안이지만 그 중 어느 것도 채택되지 못했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당연하게도 그런 수준의 안을 갖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시간과 국고만 낭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자원의 9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극빈국이다. 해외자원개발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고 해서 에너지 공기업이 쌓아 온 인력과 그들의 노하우, 경험 등을 죽여서는 안 된다. 더욱이 해외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을 위한 용역안를 비롯해 관련 작업이 에너지 공기업의 부실에 대한 정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요식 행위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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