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약·바이오 육성, '업계'가 할 일은?

[기자수첩]제약·바이오 육성, '업계'가 할 일은?

안정준 기자
2016.08.04 03:32

"대형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한 번쯤 생각해 볼 때 입니다."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 이장익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이같이 답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약품 심사관으로 7년간 활동한 이 교수는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한국의 현주소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 그가 '글로벌도약' 조건으로 지적한 부분은 '국가'가 아닌 '업계' 역할이었다.

사실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올려놓은 공의 8할은 업계에 있다.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신약 기술수출은 실적 부진을 감수하고 연구개발에 '올인'한한미약품(533,000원 ▲5,000 +0.95%)의 뚝심에서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에서 연달아 들려오는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출시 역시셀트리온(207,500원 ▼1,500 -0.72%)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투자 덕이었다.

오히려 '국가'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세제, 인허가 등 정부 규제 문턱이 높아 신약 개발과 세계시장 진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 탓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는 올 들어 규제 문턱을 확실히 낮추고 있다. 보건의료 향상에 기여한 '혁신신약' 약가를 우대하고 등재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또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을 10%포인트 올렸고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 투자에도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산업 발전 움직임에 여전히 미온적이다. 단적인 예가 '의약품 규제당국자 포럼'(IPRF) 활동이다. 한국은 2013년 IPRF 바이오시밀러 의장국으로 선출됐다. 이를 통해 한국이 세계 바이오시밀러 허가와 심사 기준을 주도할 수 있게 됐지만 업계 참여는 미진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업계에 IPRF에 참여해 달라 하면 '바빠서' 못한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제약·바이오가 국가 신성장동력 반열에 오른 이상, 정부와 업계는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특히 업계는 '자기 앞가림'을 넘어 산업 전반의 발전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해 봐야 한다. '업계'라는 울타리 안에만 머물기에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너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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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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