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가위기의 축소판 철강산업

[기자수첩]국가위기의 축소판 철강산업

박준식 기자
2016.11.23 06:21

요즘 우리 철강업계엔 3가지 긴장이 존재한다.

첫째는 1위사포스코(368,000원 ▲6,500 +1.8%)의 위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직간접적 정치권력과의 연관설이 부상해왔고, 이 정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총수가 검찰에 참고인으로 불려갔고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가슴을 졸여야 하는 처지다.

전임 회장은 전 정권 실세와 함께 22일 법정에서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민영기업인 포스코를 사유화한 때문이라는 게 검찰 구형 이유다. 근본 문제는 총수 인사권을 정권이 전리품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둘째 긴장은 업계 내 갈등이다.현대제철(40,000원 ▲450 +1.14%)동국제강(11,100원 ▲10 +0.09%)은 지난주 합심해 1위 포스코를 '반(反)덤핑' 혐의로 제소키로 했다. 포스코 베트남 자회사가 만드는 H형강이 국내 관련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게 공식적 이유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본질은 구역 다툼이다. H형강 시장은 현대제철이 50%, 동국제강이 25%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를 중국 등 수입산이 차지하는데 이중에서 베트남산 포스코 제품 비중은 한자릿수다.

국내산보다 톤당 2만원씩 싸니까 건설업자들이 조금씩 들여온 물량이다. 어차피 포스코가 만든 거라 중국산보다 낫겠다는 계산에서다. '조족지혈'에 현대제철 등이 태클을 건 까닭은 소비자 편익보다는 자기네 상권보호를 위한 것이다.

마지막은 철강업 전체의 위기다. 세계적으로 철강 제품이 남아돌면서 글로벌 대형사와 국가 간 합종연횡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아예 10위권 통폐합을 진행해 세계경쟁력을 높여가고 미국은 반덤핑 제재를 강화해 시장보호에 나섰다.

국내사들은 진퇴양난의 처지다. 중국엔 가격으로 밀리고 미국 등 선진국에선 규제로 튕겨나가고 있다. 정부는 선제 구조조정을 하자고 했는데 일을 주도한 전임 경제수석은 수감됐고 지난 1년간 진행한 외부기관 컨설팅은 모두가 비웃는 탁상공론이 됐다.

철강업계가 직면한 위기는 국가 위기에서 전이된 것이다. 정권은 기업을 전리품이나 사금고로 여기고, 조공을 바친 자는 약한 자를 다시 착취하려 한다. 부패는 일상화되고, 파이가 줄면 서로 아귀다툼이 벌어진다.

좁은 골목상권에서 안주하며 치졸한 다툼을 벌이는 동안 외국의 진짜 포식자에 맞설 경쟁력은 약해지고 있다. 철강업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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