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한국사 교과서가 발행되는 과정은 한 편의 영화같았다. 교육부가 국정화 방침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10월12일이다. 이어 11월3일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다. 집필진과 편찬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데는 2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꽤나 비밀스러운 측면도 있었다. 지난해 10월25일 야당 의원들이 제보를 받고 찾아간 서울 대학로 국립국제교육원에서는 교육부 직원들이 몰래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국정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야당 의원들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안에 있던 교육부 직원들은 문을 걸어잠그고 112에 신고해 다급하게 말했다. "여기 털리면 큰일나요."
교육부는 학계, 시민단체의 비판을 모두 무시한 채 국정화를 진행했다. 집필진 명단도 기존 약속과 달리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드디어 역사교과서 내용 공개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흘러가는 상황을 보면 마치 지난해 봤던 영화 2막이 시작된 듯 하다. 법원은 교과서 공개를 나흘 앞둔 24일에야 기다렸다는 듯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교육부는 "당장은 공개하지 않겠다"며 뒷짐을 지고있다. 국정교과서가 곧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판에 집필기준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국정화를 추진했던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외국 출장 중이다.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는 "떠난 사람이 무슨 말을 하겠냐. (인터뷰를) 관두겠다. 용서해달라"는 말로 대신했다.
이 영화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교육감들은 국정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고 일부 교육청은 대체할 보조교재를 제작 중이다. 잘못된 내용이 나오더라도 수정도 힘들 듯 하다. 국정화 반대입장을 표명한 한 대학교수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번 교과서에 대해서는 교수들이 '빨간펜' 역할도 하지 말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교과서 분석도 하지 않겠다는 말이에요. 만약 학자들이 잘못된 점을 지적해서 국정 교과서가 정말 바람직하게 나오면 그 뒤엔 우리가 반대할 명분이 없어져요." 이 시나리오에서 결국 피해를 입는 건 학생들이 될 것이란 사실은 명약관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