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코로나19 확산으로 1시간 단축 운영됐던 은행 점포 영업시간이 1년 6개월 만에 정상화했다. 방역 당국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조치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다. 말 그대로 '비정상의 정상화'라 할 만하다. 오히려 많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게 지난해 4월의 일이다. 국민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온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식당과 카페, 백화점, 극장 등 대다수 편의시설과 서비스업종 영업장은 일찌감치 영업시간을 정상화했다. 은행 점포만 단축 영업을 유지할 이유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곡절 끝에 고객 바람대로 영업시간이 정상화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 노조는 사측이 지난해 10월 산별 중앙교섭 합의를 위반해 일방적으로 영업시간을 정상화했다며 경찰 고발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권리 침해 사실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법원에 영업시간 정상화 중단 가처분 신청까지 검토하겠다고도 한다.
영업시간 단축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함께 마스크를 쓰고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은행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조치이자 배려였다. 1시간 줄었던 영업시간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제 시간으로 돌려진 셈인데 누가, 어떤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것인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지적대로 영업시간 정상화 지연으로 권리를 침해받은 건 고객들이다.
노조가 영업시간 정상화를 촉구해 온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것도 그렇다. 노조는 "노사 문제를, 정부 관계자들 특히 금융감독원장이 본인 업무와 관련 없는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강하게 낸 건 정부의 노사관계 개입에 대한 폭력적인 분위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사기업의 자율적 노사 문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런데 영업시간 정상화 지연으로 일반 국민들과 고객들의 불편이 커지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 영업시간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게 은행권에 대한 국민 정서와 기대에 부합한다"고 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언급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상식선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줄어든 영업시간 제한을 정상화하는 데 다른 이유로 반대한다면 국민 대다수가 수긍하거나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시중은행은 민간기업이지만 정부가 내어 준 면허로 시중에 돈을 돌게 하는 공공성도 갖고 있다. 은행이 망할 위기에 놓이면 국민들이 세금으로 살려준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깎아주고 십시일반으로 수천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만들어 취약계층 지원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고리 이자장사니, 고연봉에 성과급 잔치니, 가뜩이나 은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인데 노조의 과잉 대응이 집단 이기주의로 비쳐질까 걱정하는 은행원들도 주변에 많다. 영업시간 정상화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과 시비는 이쯤에서 멈추고, 금융의 디지털화와 점포 폐쇄, 인력 감축과 금융 취약계층 소외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노사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