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학기술부총리제, 17년 만의 부활

[기자수첩] 과학기술부총리제, 17년 만의 부활

박건희 기자
2025.09.12 04:00

과학기술부총리제가 17년 만에 부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한다. 과기정통부는 경제부총리와 함께 양대 부총리 체제를 이끄는 부처가 됐다.

부총리가 되면 단적으로 과기정통부 장관이 주재하는 회의의 위상부터 달라진다. 참여정부 시절 과기부총리제가 도입됐을 당시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신설됐다. 과학기술 정책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부처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과기부총리 주재로 기획재정부, 교육부, 국방부 등 각 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회의체다. 당시 총 28차례에 걸쳐 회의를 개최했고 주요 안건 145개를 처리했다.

올해 과기부총리가 부활한 만큼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도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가 의미하는 건 자명하다. 과기정통부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과학기술 및 AI(인공지능) 정책을 강력하게 주도할 판이 깔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과기부총리제 폐지를 경험한 과학기술계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국내 한 대학교수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지원하려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은 환영하나 지난 과기부총리제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성과를 달성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부총리를 필두로 정부출연연구기관 혁신, 연구과제중심제도(PBS) 개편 등 굵직한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부총리제의 핵심엔 국가 과학기술 R&D(연구·개발) 정책과 사업예산 조정을 전담할 '과학기술혁신본부' 신설이 있었는데 혁신본부의 업무범위가 주요 R&D에만 그친 채 기획재정부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해 옥상옥(屋上屋) 구조가 됐다.

결국 과기부총리제는 다음 정부 들어 거센 비판 속에 폐지됐다.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도 덩달아 자취를 감췄다. 회의체는 문재인정부에서 잠시 부활하긴 했지만 장관급 회의체임에도 차관급 인사만 연달아 '대리출석'하는 등 위상이 추락했다.

부활한 과기부총리제가 실효를 거두려면 그에 걸맞은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핵심은 국가 R&D예산 편성권에 있다. 과학기술 및 AI와 관련된 전체 부처의 R&D예산을 과학기술에 전문성을 가진 심의위원이 기획·검토할 수 있도록 역할을 확대하고 필요한 인력을 충원할 필요가 있다. 17년 전 과기부총리제가 왜 실패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박건희 정보미디어과학부 /사진=박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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