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4세·7세 고시' 논란을 계기로 영어유치원 규제 강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첫 실태조사에 나섰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영어유치원 실태조사 연구를 수행할 연구진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시교육청은 이달 중 대학교 산학협력단을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를 개최한 뒤 최종 연구기관을 정하고 연내 연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영어유치원을 주제로 정책 연구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서울 지역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중심으로 사교육비 지출 실태나 사교육 의존도가 학습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한 연구는 있었지만 유아 조기 사교육을 직접 들여다보는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영어유치원이 유아의 정서와 발달에 미치는 악영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있다. 시교육청은 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와 유치원·초등학교 교사 등을 대상으로 조기 영어 교육을 받은 유아가 정서적 부담을 느끼거나 학교에 부적응한 사례를 조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관련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교육청은 연구를 통해 영어유치원 관련 정책 수립의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유아 대상 조기 영어 교육이 정서 발달에 미치는 악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제도 개선이나 지원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은 지난해 5월 기준 전국 영어유치원 820곳 가운데 249곳(30.4%)이 집중된 지역이라 정책적 대응 필요성이 크다.
이번 조사는 정부의 영어유치원 규제 강화 기조와도 맞물려 있다. 최근 이른바 '4세·7세 고시'로 불리는 유아 대상 레벨테스트가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지난 3월 국회는 영어유치원 등에서 반 배정을 위한 시험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지난달 20일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해당 규제와 관련해 "영유아 시기에는 모국어 능력을 충분히 발달해야 하는데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맞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며 "(레벨테스트는) 영유아에 대한 정서적 학대로까지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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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에 따라 시교육청이 강력하게는 영어유치원의 교습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의 규제까지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학원법은 시·도교육감이 조례로 학원 교습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은 현재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교습시간을 제한한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엄격한 수준이다.
다만 학부모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교육청이 영어유치원 교습시간을 직접 규제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도적 규제가 현장의 수요를 억제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레벨테스트 금지 법안이 통과된 이후 학원가에서는 우회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학부모 요구에 따라 일반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도 시교육청 차원에서 조례 개정을 통해 오전에는 교습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하는 식으로 영어유치원을 규제할 수 있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조기 사교육이 정서적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시화된다면 정책 마련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