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여야의 정면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여당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미국과의 재협상이 필요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폐지를 핵심 쟁점으로 내걸고 있어 접점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ISD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그 국가의 정책으로 인해 손해를 봤을 때 그 국가 내 법원이 아닌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 제소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일각에서는 ISD 조항이 우리 정부의 정책결정권과 사법주권이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野 문제삼는 'ISD' 쟁점은?한나라당은 야당의 ISD 폐지 주장을 '한미 FTA를 거부하기 위한 지연작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이 지금까지 맺은 85개국의 투자무역협정 중 이미 81개에서 ISD를 채택했는데 그 동안 한 건도 제소당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ISD는 참여정부가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도입한 것인데 이제 와서 민주당이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30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열린우리당 때 스스로 '건전한 투자질서, 선진화를 위해 ISD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민주당이 이제 와서 독소조항 운운하는 것은 너무 속이 들여다 보인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ISD 조항 폐지를 비준안 처리를 위한 핵심 선결 조건으로 들고 나왔다. 호주와 이스라엘이 미국과의 FTA 체결 과정에서 ISD 불가 입장을 고수,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낸 사례가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여정부 협상안에 ISD가 포함돼 있었다'는 여권의 비판에도 해명에 나섰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참여정부는 한미 FTA 체결 전 사법부 전체가 ISD에 대해 반대했었다"며 "자동차와 부품, 개성공단 분야에서 미국 측의 양보를 얻어냈기 때문에 ISD를 양보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에서 양보만 했기 때문에 ISD를 되찾아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청 "10월 말 처리", 野, 몸으로라도 막겠다=정부 측은 지난 29일 당정청 회동에서 "한미FTA의 내년 1월 1일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10월 말까지 국회가 처리해 달라"고 여당에 강력 요청했지만, 한나라당은 "처리시점을 못 박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30일 여야 원내대표 회담 및 ISD 관련 여야 '끝장토론' 등 여야 협의과정을 지켜본 후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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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야권은 이날 오후 예정됐던 "공중파 TV 생중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끝장토론에 불참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30일 "ISD 조항은 우리 정부의 정책결정권과 사법주권을 훼손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달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ISD 조항에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서도 양측은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비공개 오찬회동을 갖고 한미FTA 비준안 처리 문제를 논의했지만 쟁점 사안인 ISD 문제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야권은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시도할 경우 '몸으로라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주당은 한미FTA에 포함된 ISD 조항 폐지를 비준안 처리를 위한 핵심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물리적 충돌' 빚어질까···3일 강행처리 전망=여야가 '평행선'을 달릴 경우, 결국 여권의 강행 처리와 야권의 실력 저지가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한나라당으로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직후 정국 상황이 불리한 상황에 비준안 처리를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적잖은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은 야권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 인 만큼 야권의 핵심 정책연대 의제인 한미FTA 문제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당정 모두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여권이 오는 31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의결 절차에 돌입한 후, 다음달 3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