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가족이란 이름의 면죄부, 69년 낡은 친족상도례③

친족상도례에 대한 형법 개정은 과거 국회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법안 3건이 발의됐지만 개정은 불투명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현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개정안이 처음 제출된 것은 1992년 14대 국회 당시다. 정부가 그 해 제출한 형법 전부개정안에 친족간 범죄를 친고죄로,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간 범죄를 필요적 형면제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당시 개정안이 친족상도례뿐 아니라 형법 전체를 손보는 내용이었던 탓에 시행 과정에서 혼란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회는 결국 부분개정안을 대안으로 냈고 친족상도례 관련 조항은 사실상 개정 대상에서 빠졌다.
개정안은 19·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무관심 속에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14년 대표발의자로 나선 최동익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성년후견인이 권한을 남용해 피성년후견인에게 재산범죄를 저지른 경우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남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미성년자 등 모든 피후견인이 피해자인 경우 친족상도례를 배제한다는 개정안을 냈지만 법안 폐기를 피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이 친족상도례에 대한 형법 개정안을 지난해 6~7월 각각 발의했다. 방송인 박수홍씨의 사연이 같은 해 3월 알려진 직후다.
이성만 의원은 친족상도례를 사실상 전면 폐지해 친족간 범죄에 형을 면제할 수 없도록 하자는 개정안을 냈다. 이병훈 의원은 친족을 상대로 한 사기·공갈·횡령·배임을 친족상도례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했다. 장철민 의원은 피해자의 지적장애 등 심신장애를 이용해 친족간 재산범죄가 벌어진 경우 친족상도례 적용을 배제하자고 제안했다.
개정안은 이달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다시 언급됐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이 친족상도례 개정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금 사회에선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수홍씨의 사건을 계기로 모처럼 관심이 높아졌지만 형법 개정안 처리는 여전히 더디다. 지난해 9월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일괄 상정된 뒤 1년여 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다. 형법과 별개로 장애인복지법만 개정돼 올해부터 피해자가 장애인인 사기·공갈·횡령·배임 사건에 한해 친족상도례 적용이 배제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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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국회 보좌진들은 21대 국회에서 형법이 개정될 가능성을 반반으로 본다. 평소의 정치·민생 현안과 거리가 먼 데다 오랜기간 유지된 법 체계를 고치는 게 그만큼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국회의장단 소속 모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A비서관은 "현재 발의된 개정안 3건의 쟁점이 전부 달라 조정이 힘들 수 있다"며 "친족상도례는 2012년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까지 내려 국회에서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의원실에서 근무했던 B변호사는 "당시를 돌이키면 형사특별법 개정안에 밀려 친족상도례는 논의가 부족했다"며 "기본법과 법원칙에 대해 국회와 법조계가 상시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