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맞서 최초 대응사격을 할 당시 대포병 레이더(AN/TPQ-37)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군은 엉뚱한 곳에 사격을 가하고도 이틀 동안 이를 공개하지 않아 축소·은폐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AN/TPQ-37은 적군의 발포 위치를 파악하는 군사 장비로 도입 가격만 147억원에 달한다. 대응사격을 할 때 이 레이더를 가동해야 정확한 타격 지점을 조준할 수 있다.
실제 우리 군은 사건 당일인 23일 북한군이 발포한 지 13분 만에 자주포로 첫 대응을 하면서 북한군 무도 포진지에 사격을 가했다. 북한군이 최초 발포한 위치는 개머리 포진지인데 우리 군이 엉뚱한 곳에 사격을 가한 셈이다. 군은 북측 발포 시점으로부터 무려 51분이 지난 3시25분에야 최초 발사 지점을 탐지하고 개머리 진지에 발포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우리 군이 최초 사격을 할 때 북한군이 어디에서 사격을 했는지 제대로 식별이 안 됐지만 2차 때는 발사지점을 탐지해 개머리에 사격했다"며 "작동이 됐는데 탐지가 안 된 것인지, 작동 자체가 안 됐는지는 확인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AN/TPQ-37은 발사궤도를 파악해 로켓이나 대포, 박격포 발사 지점을 역추적하는 전자 레이더다. 군은 북한의 장사정포나 해안포 공격에 대비해 고가를 들여 이 장비를 배치했지만 이번 도발 초기에는 제 구실을 다하지 못했다.
군 당국은 또 대응사격에 동원된 자주포 수를 놓고 연일 엇갈린 설명을 내놔 빈축을 사고 있다. 군은 23일에는 우리 군 자주포 6문이 최초 대응사격을 했다고 했다가 24일 4문, 25일에는 3문으로 말을 바꿨다.
합참 관계자는 "총 6문 중 2문은 적 포격으로 레이더 표적지시기가 기능장애를 일으켰고 1문은 사격훈련 중 불발탄이 끼어 최초에는 3문이 포격에 가담했다"며 "기능장애를 일으킨 포 중 1문을 정비해서 나중에는 4문으로 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우리 군은 23일 오후 2시34분 북측의 포격이 개시되기 전까지 사격훈련을 했고 이 과정에서 자주포 6문 중 1문에 불발탄이 끼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자주포 2대가 북한군의 포격으로 피격돼 기능장애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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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종합해보면 1차 사격 시간인 2시47분부터 59분까지 가동된 우리 측 포는 결국 3문 밖에 없었던 셈이다. 기능장애를 일으킨 포 중 1대는 긴급정비를 거쳐 2차 사격 개시 시각인 3시6분쯤 사격에 투입됐다.
하지만 전날 합참은 자주포 4대로 최초 대응사격을 했다고 설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24일 브리핑에서 "(북측)포탄이 낙하되면서 우리 포 2문이 피격됐고 이후 적 포탄이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사격명령을 하달했다"고 밝혔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같은 날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연평도에 K-9 자주포가 6문 있는데 2문은 고장이 나 4문으로만 공격을 한 게 맞느냐"는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군 당국이 연평도에 배치된 자주포 6대 중 일부가 사건 당일 고장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또 다시 고장난 자주포 수량을 놓고 다른 설명을 내놓으면서 군 당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