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하지?] 20대 직장인 인기 소개팅앱 이용 후기

집순이는 오늘도 직장 상사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집순이도 남자친구 만나서 얼른 결혼해야지, 뭐하는 거야."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반복되는 이 멘트. 집순이는 짜증이 솟구치지만 "생각이 없어서요"라며 항상 똑같은 대답으로 응수한다.
집순이는 마치 철의 장벽을 치듯 연애의 기회를 차단해버리는 여성인 이른바 '철벽녀'다. 집순이도 대학생 시절엔 남자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이 되고 직장생활을 하게 되자 '연애는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서 자리를 잡는 게 먼저지. 서른 넘어서도 연애 못하고 그러다 결혼 못한데도 혼자 살면 그만이지 뭐.'
남자친구와 '불금'(불타는 금요일) 겸 데이트를 즐기러 간다는 동료와 인사를 한 뒤 집순이는 어김없이 곧바로 귀가했다. 집에서 빈둥대다 문득 상사의 잔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연애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건데. 이참에 한 번 실력 발휘해봐?' 집순이는 순간 근거 없는 자신감에 휩싸인 채 소개팅앱 정보를 뒤지기 시작했다.
집순이는 '최초'이란 문구에 끌려 한 인기 소개팅앱 A를 선택했다. "용기가 없어 인연의 끈을 쉽게 놓치는 사람들에게 인연의 가능성을 선물해준다"는 소개도 그럴 듯해보였다.
그리고 여자 신규 가입자에겐 2주 무료 쿠폰을 준단다. '아싸~'
전화번호 통해 나이와 이름을 인증받았다. '나이로 사기 칠 사람은 없을 것 같네' 안심이 됐다. 그 다음은 손 발이 오그라드는 프·로·필 작성 순서. 사진첩을 한참 뒤적이다 오랜만에 화장한 날, 우연히 한 장 건진 사진을 발견했다. 집순이는 사진 속 사람이 나인가 싶지만 일단 넘어갔다.
그 다음은 성격, 비주얼, 취미 등을 상세히 입력했다. 그런데 무려 8단계나 거쳐 프로필을 작성할 줄이야. 휴. 이제 끝났나 싶었는데 웬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그래도 '사진은 적절한지 프로필은 성의 있게 작성했는지 등을 사전에 검사하게 되면 아마도 이곳 '물'은 일정 수준 이상이겠지' 생각이 들어 오히려 기대가 됐다.
얼굴 때문에 탈락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던 중 핸드폰이 힘차게 진동을 울렸다. "환영합니다" 드디어 통과했다고 알려주는 반가운 알림이었다. '어린왕자를 기다리던 여우가 이런 마음이었을까' 집순이는 왠지 설렜다.
독자들의 PICK!
"딩동" 드디어 소개팅이 시작됐다는 알림이 왔다. 설렘도 잠시, 휴대폰에 날라온 3명의 남자 사진과 프로필을 본 집순이는 두근거림이 실망으로 변했다. 20대 중후반 또래 이성을 바랐던 집순이였다. 그런데 소개된 남성들은 모두 30대 초중반이었던 것. 왠지 '맞선' 느낌이 났다. 결국 아무에게도 소개팅 신청을 보내지 않았다.
다음날에도 또 30대 남성들이 소개됐다. 실망감이 앞섰지만 집순이는 '외모보다 마음을 보자'고 다짐하며 그 중 제일 괜찮은 남성에게 소개팅 신청을 날렸다. 하지만 그는 묵묵부답. '아직 파릇파릇한 20대인데 30대 남자에게 차이다니…' 속이 상했다.
그 뒤로 며칠 동안 계속 30대 남성들에게 차인 집순이는 속에서 불이 났다. '20대 남성을 소개받을 순 없는 건가' 소개팅앱 A 'Q&A'를 뒤져봤다. '어? 있네! 그런데 뭐야. 돈을 내면 원하는 연령대의 남성을 소개해준다고?'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선을 볼 때 거액의 이용료를 낸다고 하더니, 소개팅앱도 마찬가지네' 소개팅앱 A에 대한 느낌이 확 나빠졌다.
집순이는 매일 두번씩 휴대폰으로 소개되는 30대 남자들에게 소개팅을 신청했다. 쿠폰을 사용하면서까지 20대 남자에게 신청을 날렸다. 2주 동안 20명 넘는 남자들에게 대시를 했지만 승낙을 받은 건 겨우 2명 뿐. 서로가 OK를 한 뒤에야 공개되는 전화번호로 겨우 카톡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일정을 보고 데이트할 날을 잡자던 그는 다음날 답장을 주지 않았다.
또 다른 사람은 '먹튀'였다. 집순이는 하도 남성과 연결이 안 되자 선물 공세를 펼쳤다. 일정 개수를 모으면 유료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를 끼워 소개팅을 신청했다. 결과는 '성공!'…인 듯했지만 '연락하겠다'던 그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집순이는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여주인공 '천송이'에 빙의돼 잠시 넋을 놓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아주 마음에 드는 사람도 없는데 도대체 누가 돈 주고 소개팅 앱을 한다는 거야?' 곧 자존감 강한 집순이로 돌아와 구시렁거렸다. 하루에 두 번 정해진 시간에만, 그것도 6명밖에 소개받지 못하는 수동적인 시스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집순이는 이 소개팅앱에서 정이 뚝 떨어져 탈퇴해 버렸다.
멘붕 상태에 빠져 있던 집순이에게 친구 아수라는 소개팅앱 B가 요즘 제일 잘나간다며 집순이의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B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란 문구를 내걸었다. '내가 자주 찾는 곳에서 자주 마주치는 이성을 소개해준다? 신기하네' 활동하는 동네가 가까우니 가볍게 만나 친구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치기반서비스(GPS)를 이용해 내가 어디에 있는지가 속속들이 다 드러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마음에 안 들면 지워버리면 되지 뭐'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집순이는 소개팅앱 B를 다운받았다.
잠시 망설였던 마음은 앱을 받자마자 눈 녹듯 사라졌다. 아빠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20대 '훈남'들의 프로필 사진이 집순이를 맞아줬다. 집순이는 기대감에 부풀러 직장 근처 커피숍에서 '소개받기' 버튼을 눌렀다. 그랬더니 그 주변에 있는 남자 3명이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그 중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관심의 표현인 '하트'를 보냈다. 그런데 1분도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울렸다. "야호! 서로의 마음이 통해 채팅방이 열렸어요~"
'와, 반응이 빠르네' 집순이는 그날 하루 동안 23명의 남성들에게 '하트(소개팅 신청)'를 받았다. '누가 나한테 하트를 보냈을까?' 설레는 마음에 확인해 보니 비밀이라고 한다. 보기처럼 남자 3명이 소개되는데 이 중에서 나에게 하트를 보낸 사람을 찾아야 한다. '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안고 4살 연하남을 선택했다. '아싸! 채팅창 열렸다!'
집순이가 첫 날에만 소개받은 남성이 무려 84명에 달했다. 1주일 동안 하트를 130명에게 받았으니 단순히 계산해도 390명의 남성을 소개받은 것이다. 언제든지 내가 원할 때 소개받을 수 있고 하루에 5번은 무료로 하트를 보낼 수 있으니 부담도 안 든다. 집순이는 "좋다. 좋다. 딱 좋다~" 유행어를 연발했다.
집순이는 참으로 오랜만에 '불금'을 즐길 계획이다. 4살 연하남과 꾸준히 연락한 끝에 데이트 약속도 잡았다. 이제 '행쇼'(행복하십쇼)를 바랄 일만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