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트라우마 등 2차 피해 우려, 조사 시기 관건…합수부 "학생들 심리 안정이 최우선"
세월호 침몰사고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안상돈 검사장)가 생존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조사방법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구속한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정확한 기소를 위해선 당시 상황을 설명해 줄 생존 피해자의 다양한 진술이 필수적이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트라우마)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3일 합수부에 따르면 수사팀은 구조된 세월호 생존자 174명 가운데 성인 40여명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했다. 합수부는 이들을 상대로 사고 발생과 구조까지 구체적인 상황과 선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해경의 구조 활동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당시 승객들의 위치와 탈출 경로 등에 따라 상황 설명이 다르고 세월호 선원들의 행적을 달리 진술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생존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합수부도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인정하고 조사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조사를 위한 제도와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2004~2005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아동·성폭력 범죄 피해자에 대해 신뢰관계인과 변호인이 조사 시 동석할 수 있도록 했고, 조사장소 역시 병원과 피해자의 자택 등 심리적 안정을 중시한 곳으로 변경가능하다.
필요한 경우 의료진과 심리전문가를 동석해 질문내용을 가다듬거나 실시간으로 피해자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고 한다.
합수부는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피해자 조사에서 아동·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 방법을 활용해 최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수원지검 안산지청이 학부모들과 조사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선원들의 범죄혐의를 특정해 재판에 넘기기 위해선 이들의 구속기한이 만료되기 전 피해자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또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 수록 흐릿해질 수도 있어 법정에서 진술증거로 인정받기 위해선 사고 시점으로부터 보다 빠른 시간 내에 진술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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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합수부는 최근 단원고 학생들의 주치의들에게 피해자 조사가 가능한 시점을 문의했으나 "현 시점에서 조사는 부적절하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주치의의 경우 선원들의 구속만기가 지난 시점을 조사가 가능한 시기로 제안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번 침몰 사고 같은 대형 참사가 흔하지 않다는 점도 학생들에 대한 조사를 조심스럽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 기관이 강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조사를 위해 여러 제도와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세월호 침몰사고 같은 대형 참사에도 통용될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학생들이 조사가 가능한지 여부를 점검한 정도"라며 "수사 효율성이나 성과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심리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16일 진도 인근 맹골수도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174명이 구조됐으며 이 가운데 단원고 학생들은 75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