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사고 많은 나라에 번듯한 트라우마센터 하나 없다니…"

"대형 사고 많은 나라에 번듯한 트라우마센터 하나 없다니…"

진도(전남)=김민우 기자
2014.05.26 05:21

[세월호 참사]

30일 오전 안산 화랑 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애도하고 있다./ 사진=뉴스1
30일 오전 안산 화랑 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애도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기도 안산시에 국립트라우마센터 건립이 추진된다. 현재 안산에서 설립된 트라우마센터는 급박한 상황에 대한 응급조치에 불과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예산과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건립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PTSD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트라우마센터'는 경기도 안산과 광주광역시 두 곳에 불과하다. 광주시의 경우 설립된 지 채 3년이 되지 않았고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어 체계적인 예산과 지원, 인력을 갖춘 곳은 전무하다.

안산트라우마 센터 역시 세월호 사고 이후 급하게 출범했지만 복지부는 연간 최대 40억원을 들여 3년간만 운영하겠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예산도 올해까지만 전액 국비로 운영되고 내년부터는 운영권을 지자체로 넘긴다는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가적인 재난 사고 이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치원의 예산, 지원, 보상 체계를 가진 조직이 구성되고 유지될 수 있는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국립트라우마센터가 건립된다면 세월호 피해자뿐 아니라 총 340명의 사상자(사망 192명, 부상 148명)를 낸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총 1444명(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의 인명피해를 낸 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희생자 등 대형 재난피해자들에게도 정부차원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 역시 미국 9.11 사태 이후 추적 연구에 비추어 볼 때 정부차원의 예산 및 지원 체계를 가진 조직이 구성되고 유지될 수 있는 지속적인 지지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9.11사태이후 지금까지 '9.11 건강 및 보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자 심리치료에 10년간 약 42억달러(약 4조3000억원)을 쏟아부었다. 또 직접적 피해자 뿐만아니라 목격자 등 2차 피해자들까지 기간을 제한하지 않고 삶의 전 영역에서 피해자들의 회복을 돕고 있다.

심리학 박사인 최창호 여의도 메타포럼 대표는 "현재 안산에서 운영중인 트라우마 센터는 급박한 상황에 대한 응급조치에 불과하다"며 "PTSD 문제는 반드시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지속적인 치료와 사회적응 문제까지 국가가 관리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다만 세월호 참사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 대다수가 안산시민이기는 하나 인천, 제주 등에 거주하는 일반인 피해자도 많고 세월호 피해자 이외에 대구지하철 참사 피해자, 고엽제 피해자 등 PTSD를 겪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치유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설립 위치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권해수 조선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 일상으로 돌아온다"면서도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기간을 제한하지 않고 심리치료와 함께 삶의 모든 영역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립트라우마센터 건립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설립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난 21일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당정회의에서 안산에 국립 트라우마센터를 건립하는 것을 논의했다. 이에대해 기재부는 대구·광주와의 형평성 문제를 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역시 지난 24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같은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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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기자

*2013년 머니투데이 입사 *2014~2017 경제부 기자 *2017~2020 정치부 기자 *2020~2021 건설부동산부 기자 *2021~2023 사회부 사건팀장 *2023~현재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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